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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Jul 31. 2024

죽음의 이해

애벌레가 약간 움직이고, 마침내 나는 깨닫는다. 이것은 죽음이 아니라 웃자란 피부를 찢고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으로부터 기어서 달아나는, 삶의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전의 휴지 상태일 뿐임을. 그것은 새로운 생물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마거릿 렌클의 에세이집『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중. 자연을 관찰하며 느낀 점을 기록한 책이다

2024.2.19 중앙일보  28면 아침의 문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9492


죽음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혼자서 10여 년 정도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 왔다. 온라인, 오프라인 강의도 들었고, 상당히 많은 양의 책과 자료도 찾아 읽었다. 학문적으로도 접근해 봤고, 종교적으로도 천착해 봤다.

그런데, 죽음은 무엇인가라는 명제부터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다. 잡을 것 같으면 모호해지고, 알 것 같으면 다시 애매해지는 것을 반복한다.


당연하지 않는가? 죽음의 실체를 어찌 밝힐 수 있고 잡을 수 있겠는가? 이생의 머리나 개념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이곳에서의 개념이나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렇지만 하늘하늘 실루엣으로만 비치던 커튼 뒤의 실체가 바람에 살짝 들리면서 잠깐 드러나는 것처럼 죽음의 의미가 명료하게 찾아올 때가 있다. 나의 생각이나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맞아, 죽음은 이런 거야.'하고 무릎을 치며 완전 공감하 깨달음이 올 때가 있다.


위의 문장도 그렇다. 번개처럼 뇌리를 전기가 반짝 켜지는 것 같은 충격으로 왔다.

"애벌레가 약간 움직이고, 마침내 나는 깨닫는다. 이것은 죽음이 아니라 웃자란 피부를 찢고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으로부터 기어서 달아나는, 삶의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전의 휴지 상태일 뿐임을. 그것은 새로운 생물이다."


맞다. 죽음이란 삶의 다음 단계로 가는 과정이다. 삶의 다음 단계로 연결시켜 주는 브릿지이다. 죽음은 삶의 다음 단계에서는 필요 없는 것들로부터의  탈피요, 삶의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전의 휴지 상태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생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요즘 매미의 탈피를 많이 본다. 오랜 허물을 벗어야 울 수 있는 매미가 되는 것. 자기 몸과  똑같은 허물을 남겨놓고  이미 다른 세계로 옮겨간 매미. 남겨놓은 허물에서 매미를 찾고 애도하는 것. 다른 차원으로 올라간 매미가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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