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의 역설

by 영백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처음 가보는 길,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시작한 일.
그 모든 순간이 낯설고 설레며, 조금은 두렵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처음’은 서서히 익숙함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익숙함을 지루하다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매일 같은 아침, 같은 사람, 같은 일상.
언제부터인가 새로움은 사라지고, 하루가 그저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익숙함이란, 어쩌면 내가 지켜온 평온의 증거가 아닐까 하고요.

익숙하다는 것은 반복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들리는 가족의 목소리,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의 향기,
늘 지나치는 길 위의 햇살


이 모든 건 처음엔 소중했지만, 익숙해진 순간부터는 당연해진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 익숙함 속에 얼마나 많은 감사가 숨어 있는지,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어제와 같은 하루가 이어진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지루하다고 느끼는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원하던 평범한 하루일 수도 있습니다.

익숙함은 결코 지루함의 다른 이름이 아닙니다.
오히려 익숙해질 만큼 함께했고, 견뎠고, 살아냈다는 증거입니다.
그 익숙한 일상 속에 감사할 이유가 숨어 있고,
그 익숙한 얼굴들 속에 사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새로움은 순간의 설렘을 주지만,
익숙함은 마음의 평화를 줍니다.
그 평화를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말을 나누며, 같은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니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이 익숙함이 바로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