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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지 Nov 12. 2024

내가 다단계를 선택 한 이유

첫 번째 이유

26살이었나, 27살이었나? 이쯤인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때의 나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학 가려던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포트폴리오와 언제 떠날지를 결정했고, 거주할 스튜디오도 정해 논 상태였다. 돈을 모으며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던 그때, 나는 다단계를 만났다.



다단계 사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물건이 좋아서, 보상이 좋아서 등의 이유가 많은데 솔직히 지금 돌이켜 보면 문화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어렸지만,

그때의 나는 왜 지금 유학을 가냐, 너 유학 다녀오면 서른이다 그때 뭐 할래? 등의 질문들에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나는 몰래 유학을 준비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누가 응원해 주고 안 해주고 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그때는 타인의 시선이 중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닌가? 아닐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했다면 다단계를 안 했겠지…?



다단계 사업이 유학 갈 비용을 빠르게 모으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학준비 보다 다단계 사업을 더 열심히 하고 있었고, 시간이 더 지나고 보니 나는 유학을 포기했다.



처음 만난 다단계 제품은 화장품이었다.


고등학교 때 시작 된 여드름은 스무 살이 넘어서도 사라지지 않았고 계속 나를 괴롭혔는데 다단계 제품을 쓰고 정말 감쪽 같이 여드름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초반에 내 피부 상태를 알던 지인들의 구매가 있었고 그렇게 돈을 버는 재미와 그들의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꿈 쫓아 발걸음이 바쁘던 나의 20대, 그때 만난 다단계는 정말 천국이었다. 그 모임에 가면 사람들은 항상 꿈을 물어봤다.


왜 다단계를 선택했는지

꿈이 무엇인지

10년 뒤에 뭘 하고 싶은지

5년 뒤에 뭘 하고 싶은지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있는지  등등등


자기 계발서 마니아였던 나는 이미 가지고 있는 5년 뒤의 꿈, 10년 뒤의 꿈 그리고 인생 버킷리스트까지


심지어 발표를 하고 나면 ‘꿈을 이루십시오’라고 외쳐주고 나는 ‘네, 반드시 이루겠습니다’라고 대답해야 했다.


으악 그게 뭐야 개 웃겨 오글거려 할 수 있지만,

20대부터 80대까지 꿈 하나 보고 다단계를 시작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힘이 되는 멘트였다.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직업인 것 같았다.



물론 주위에서 그런 걸 왜 하냐는 질타도 있었다.

진지하게 나를 앉혀놓고 그만두라고 조언하는 친구,

다단계 할 거면 인연을 끊겠다고 했던 친구,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냥 나를 차단한 친구 등등 등 반면에 내가 다단계를 하던 뭘 하던 딱히 관심이 없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5년을 넘게 다단계를 했다. 내가 다단게에 집중할수록 나의 커리어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커리어도 유학준비도 다단계 사업도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


여기서 찔끔, 저기서 찔끔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나의 다단계 사업은 처음 시작할 때 생각처럼 잘하지 못했다. 시작부터 승승장구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긴 했지만 많이 느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꾸준하게 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냉정하게 생각하니

나랑 맞지 않는 일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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