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교 적응기
막내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우리는 아이가 대학교 갈 때까지 해외에 있을 예정이었고, 아이는 대학교도 외국으로 가고 싶어 하였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아무리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살던 나라의 주말 한글학교도 보내고, 방학마다 한국 초등학교에서 '조국 체험 학습'을 한 달간 시켜도 한국어 실력은 쉽게 늘지 않았고 어찌하다 보니 한국어보다 영어를 쓰고 읽기가 편한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남편의 해외 주재가 종료되면서 우리는 급하게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아이가 제일 걱정이기는 했지만, 우리의 깊은 근심을 아이 앞에서는 크게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넌 어디서도 잘할 거야. 그렇지만 처음에는 좀 힘들 수 있어"라고 말해주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집 가까운 학교에 아이를 전학시키고, 일주일이 지났고 그 사이 아이는 아침마다 살던 나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했고(엄마아빠가 안 가면 혼자라도 가겠다고 했다), 지난 학기 말 상을 3개나 받은 사건(?)을 얘기하며, "왜 잘하고 있는 나를 데리고 왔어요" 라면서 두 번 울었다.
처음에는 대성통곡을 했다. 도덕 시간이었단다. 한국말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가 도덕이라는 과목이 얼마나 낯설고 지루했을까. 그리고 대부분의 도덕 선생님은...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견해임을 밝혀둔다... 지루하기 마련이었다.
아이가 말도 못 알아듣고 심심하니 손에 볼펜으로 그림을 그렸단다. 그런데 선생님이 아이를 가르키며, "야, 너 뭐 하냐?! "라고 하신 거다. 아이의 변명은, 예전 다니던 국제학교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다른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자기를 꽤나 모범생이라고 생각하던 아이가 반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으니 받은 충격이 꽤나 컸나 보다.
한국 아이들이라면 졸 때 졸더라도, 손에 그림을 그리더라도 선생님의 눈을 피하는 요령을 터득하였을 텐데, 아이는 그런 요령조차 몰랐으니...
두 번째 사건은 실과 시간이었다. 전 시간에 시험을 봤던지 그 시간은 시험지를 나누어주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는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었고, 아이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시험지를 돌려받은 상황에서 아이는 '저는못 받았어요'라는 의미로 선생님을 빤히 쳐다봤다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전학생이고, 맨 앉아 선생님을 쳐다보고 있으며, 시험지를 받지 않은 단 한 명의 학생인 아이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가 전학생인지, 시험지를 받지 못했는지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처음 사건은, "야~ 한국에서는 수업 시간에 손에 그림 그리면 안 돼."라고 알려줬다.
두 번째 사건에 대해서는, "한 반에 15-17명 수준이었던 기존 학교와는 다르게 한국의 학교들은 학생 수가 많으니, 선생님이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주지 못할 수도 있어."라고 말해줬다.
말해주면서도 아이가 조금 더 학교를 재미있게 다니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고 , 학교와 교육 때문에 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이 이해는 되면서, 아이 말대로 잘하고 있는 아이를 괜히 데리고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온 이상 이곳에서 뿌리를 묻을 예정이다.
아이야, 힘들어도 조금만 있어보자. 이 학교에서도 자잘 자잘한 재미들을 발견할 날이 오겠지.
우리 조금만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