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남편의 직장은 일이 줄었고 퇴근이 빨라졌으며 주 4일 근무제가 되었다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에 급여는 100만 원이 줄었고 대출금에 카드값에 기저귀 값까지 너무 지치고 힘들어지는 요즘이다
그래도 굶길 순 없으니 아이들 먹을 마시는 요구르트와 떠먹는 요구르트, 우유는 꼭 냉장고에 채워두는 편이었는데
내가 없는 사이에 둘째 아이가 할머니한테
"할머니랑 엄마 변비 있다고 아빠가 이거 마시지 말래."
하길래
"보담아 마시고 싶으면 마셔."
했더니 꼴 딱 꼴 딱 급하게 몇 모금을 마시더란다
그러더니
"이건 엄마 남겨줘야겠다."
했다고 전해 들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덴마크 요구르트 베리믹스 맛이
마시고 오므려놓은 채로 나를 보고 있었고
순간 아이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여러 감정이 뒤엉켰다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이런 대우를 하려고 널 낳은 게 아닌데
풍족하진 못해도 이런 아이가 내 아들이라는 게
곳간을 꽉 채운 쌀보다도 든든하다
이미 효도관광 비행기를 탄 것처럼
마음이 두둥실 설렌다
내 살을 깎아
달여먹여도 아깝지 않을
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여야 할 텐데
부모라는 이름이
오늘처럼 무거워지는 건
스승보다 깊은 깨달음을 주는 아이들 때문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