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이....좋아졌습니다?
'남들 다 좋다는 여행,
왜 나는 다녀오면 힘만 들까?'
여행이 싫다는 건 아니다.
활기넘치는 공항, 처음보는 건물, 언어, 음식 등등
설레는 것들 투성이니까.
다만,
그간 내가 했던 여행들은
기대했던 바와 가서 느꼈던 것들에 비하면
투입하는 게 아까웠던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여행은 내게 그다지 맞지 않는 활동이라는 둥,
어쩌면 여행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겠다는 둥,
나름의 개똥철학을 세우던 내 머릿속에
이번 제주도 여행은 선선한 5월 바람처럼 푸르고 따뜻하게 다가와
그 생각을 환기시켜주었다.
1. 어쩌다
여행을 가는 것보다 여행으로 'IF 가정법 만들기’를 더 좋아하는 부류가 있다.
가지도 않을 거면서
왜 그렇게 허황된 이야기만 하는 건지.... 정말 별로지 않나?
그리고 나는 그 부류에서 걔를 담당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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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올해 2월, 학교 앞 카페
며칠 전 영국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 ‘IF 여행 간다면’ 놀이가 시작되던 차였다.
‘IF 호주 간다면~ 서핑 하겠지~너무 좋겠지~’
영국, 하이난, 호주....
어디로 튈지 모를 내 생각처럼
상상 속 여행지는 내 통장 사정은 아랑곳 않고 지구본을 날아다녔다.
호주 가는 비행기가 편도로 300만 원이라는
어마 무시한 현실이 내 상상력에 제동을 걸던쯤이었을까?
한 마디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아.... 돈도 없는데 제주도나 갈까?ㅎ
아.뿔.싸.
앞에 앉아있던 친구가 '실행력 갑'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패착이었다.
별생각 없이 던진 내 말을
친구가 장외 홈런으로 받아치자
눈 깜짝할 사이에 제주도행 티켓이 예매되어 있었다.
2. 그렇게
여행 계획은 기억 속
흔적도 없을 만큼 바빴던 1학기 중반이었다.
4학년씩이나 됐으면서도 아침 9호선은 여전히 내 미간에 밭고랑을 만들었고,
1교시는 카페인이 있으나 없으나 여전히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이어지는 회의,
공모전 신청 서류 작성,
남들보다 아주 짧긴 했지만 어떻게든 지나가긴 한 중간고사 등등....
손에 쥔 모래처럼 빠르게 흘러내리는 시간에 맞춰
일정들을 하나씩 지우다 보니
캘린더 속 제주도 여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매할 때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었는데,
학기 중 가는 여행이라니.....
뭐지? 나 여행 안 좋아하는 거 맞아? 왜 설레는거니?
사실 '제주도 여행' 이라서 신이 났다기 보다
초중고 그리고 대부분의 대학시절 동안
'학기'라는 조건에 몸이 묶여 있던 터라,
학기 중 3-4일이란 무지막지하게 귀한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너무 설렌 나머지 계획은 개나 줘버렸다^^
같이 가는 동행자와 글 쓰는 본인 모두 P인 관계로
숙소 / 서핑만 정해두고 여행 날을 맞았다.
여행 전날 회식, 여행 당일 1교시로 6시 기상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 상태...!
출발 1시간 전에 짐을 싼 업보로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 기다리며 육포도 먹어주고
온갖 이야기를 하며 비행기 탑승 완료
몸은 둘 다 성하지 않았으나
비행기가 뜨면서부터 기분이 급속도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기내 면세품 안내 책자만으로 40분 동안 대화를 했으니....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밤 비행기가 보여주는 광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는지
50분 가량 되었을까
드디어 제주 공항 도착!
제주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서귀포로 발걸음을 제촉했는데,
럭키하게도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목표하던 마지막 버스를 마주칠 수 있었다.
그런데....하나 간과한 사실이 있었는데.....
바로 필자 본인이 엄청난 '멀미 찌질이'라는 사실....!
버스 동선은 제주도를 세로 질러 가는 루트였는데,
단전 깊은 곳에서 멀미를 불러일으키는 루트로
길이 무지하게 꼬불거렸다.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가
도저히 친구에게 못 볼 꼴(?)을 보여줄 수 없어
대화를 멈추고 이어폰 속의 세계에 집중했다.
멀미 후 숙소에 쓰러지며 day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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