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엄마의 하루
- 공시생 엄마의 평범한 하루
어젯밤 새벽 두시까지 꾸벅꾸벅 졸며 겨우 공부를 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정신없이 골아떨어졌다.
아침 7시 30분 혼자 신나서 발랄한 알람 소리에
축축 늘어진 몸을 겨우 일으켜 거실로 나온다.
정신을 못차리고 거실로 나오자마자 쿠션을
머리에 대고 누웠다. 무릎담요도 끌어다 덮는다.
잠시 10분정도 비몽사몽하다가겨우 일어났다.
아이가 오늘 입고 나갈 옷들을
속옷부터 양말까지 꺼내놓는다.
아이 아침밥을 준비한다.
배달해주는 반찬집에서 간 소고기 볶음을 주문해둬서
그걸 꺼내서 밥 넣고, 참기름 넣고 김가루 팍팍 뿌려서 동글동글 빚는다.
15개쯤 만들고 나서, 아이를 깨우러 들어간다.
쉬는 날엔 번쩍 눈을 뜨는 녀석이 어린이집 가는 날엔 졸리다고 투정을 부린다.
안그래도 괜시리 짜증이 나던 날이어서,
훅 속에서 뭔가 올라왔지만
엄마 공부한다고 밖에서 자기 나름의 힘든 시간을
견뎌주고 있는 딸에겐
늘 짠한 마음이라 후~우 큰 숨을 내쉬고
다정하게 투정을 받아준다.
거실에 나온 아이 입에 주먹밥을 쏙쏙 넣어준다.
빨리 먹고 준비하고 가면 좋겠구만,
느릿느릿하는 아이에게 부아가 치민다.
그래도 후~우 다시 한번 큰숨.
양치하고 세수하러 보내고 나오면 옷 입히고
머리를 묶어준다.
이제 어린이집으로 출발!
어린이에게 웃으며 안녕~ 해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음식물쓰레기, 택배상자들을 들고 아파트 분리 수거장으로 가서
버리고 돌아온다. 간단히 어지러진 물건들을 정리하고
남은 주먹밥을 몇 개 집어먹는다.
아 오늘은 진짜 공부하기 싫다.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생각하면서
그래, 잠깐만 아주 잠깐만 침대에 들어가 쉬자.
그렇게 생각한다.
포근한 침대 너무 좋다. 마침 장도 봐야하지.
누워서 저녁에 뭐 해먹나 생각하며 GS프레쉬에 접속한다.
애호박도 담고, 계란도 담고, 우유도 사고, 카레도 사고, 감자도 사고...
특가가 뭐가 있나 보자. 돼지고기가 특가네.
오늘 저녁은 카레다.
아이 내복도 작아졌는데 내복도 사야하고,
레깅스도 계절 맞춰 바꿔줘야지.
장을 보고, 이것저것 사고나니 훌쩍 1시간이 지나있다.
어제 늦게 잤더니 너무 피곤하다.
몸이 천근 만근 침대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다.
공부 시간도 부족한데, 이렇게 누워있다니
안그래도 하루 다섯시간 겨우 하면서,
이렇게 공부해서 참 퍽이나 붙겠다.
스스로 자책하면서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하지만
몸은 요지부동이다.
침대에 붙어버린 듯 오전 내내 누워있다가
12시가 되면 찝찝한 기분으로 겨우 일어난다.
냉동실에 잔뜩 쟁여둔 냉동볶음밥 중에 하나를 꺼낸다. 오늘은 매운 게 땡기네.
매운 걸로 골랐다. 후라이팬에 볶으면 더 맛있지만, 설거지가 나오는 게
싫으니까, 그냥 전자렌지에 돌린다.
5분 후 땡 소리가 나고 볶음밥을 먹는다.
냉동볶음밥을 계속 먹으니 속이 영 부대낀다.
그래도 간단히 먹기 제일 좋으니 다른 선택이 영 어렵다.
양치를 하고 오후 1시, 겨우 책상에 앉았다.
오후에 캠스터디를 하고 있어서 1시에는 강제로 앉게 된다.
캠을 켜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의 책이랑 타이머를 본다.
다들 이미 오전에 3시간~4시간 공부를 한 카운트가 되어있다.
자괴감이 몰려오지만, 나는 청소하고 장보느라 그랬지라며
누워있던 그 시간들을 합리화하며 자괴감을 휘휘 날려본다.
공단기에 접속하고 국사 강의를 듣는다.
엥? 이제 10분 들었는데 졸린다. 이게 무슨 일이지.
미친듯이 잠이 밀려든다.
정신을 못차리고 머리를 떨어뜨린다.
아우~ 왜 이러지 진짜.
타이머를 계속 멈추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도 하고
다시 앉아보지만 밀려오는 잠을 막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책상 옆에 젤리를 잔뜩 가져다 놓고
입에 넣어가며 강의를 들었다.
입에 뭘 씹고 있으니 잠이 좀 달아난다.
하지만 잠시 그때뿐. 먹을 것이 떨어지면,
바로 잠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온다.
혹시나 해서 생리어플을 보니
아 곧 시작하겠구나.
도저히 나는 이 호르몬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새 6시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타이머에는 캠스터디 필수시간 3시간이 겨우 찍혔다.
그나마 조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공부시간.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4시반에 끝나
태권도 학원 차에 실려 학원에 가서
한 시간은 운동하고 한 시간은 공부하며
엄마를 기다린다.
9시에 나가 6시 반에 퇴근하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딸을 데리러 두들겨 맞은 듯 아픈 몸에
옷을 대강 끼워넣고 나선다.
태권도 학원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 아이를 찾는다.
엄마를 보고 반기며 달려오는 딸을 보니
기운이 좀 나는 거 같다.
손을 잡고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종알거리는 딸을 보며 겨우 기분이 나아진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를 씻기고 밥을 해서
먹이고 치우고 간단히 정리를 한다.
남편이 오늘은 야근이라하니 이게 다 오롯이 나의 몫.
아 힘들다가 절로 나오지만 하루종일 밖에서
사회생활하고 온 딸이 재잘거리는 소리도 들어줘야하고 자기 전에 책도 읽어준다.
아이를 재우고 나니 10시가 가까워진다.
10시쯤 되니 남편이 귀가한다.
할일 다 끝내고 들어오는 남편이 야속하다.
지쳐서 거실에 누워서 맘은 또 괴롭다.
얼른 씻고 밤공부 해야하는데.
맘만 괴롭고 몸은 또 누웠다.
한 시간, 두 시간 누워서 남편이랑 잠깐 수다도 떨다가
악! 안되겠다 하며 씻고 나오면 12시.
이때부터 2시까지 2시간 겨우 공부한다.
졸기는 마찬가지.
너무나 괴로운 생리전 증후군. ㅠㅠ
꾸역꾸역 강의 하나를 보고
비몽사몽 양치하고 잠자리에 든다.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강의를 재생시킨다.
오늘은 행정법을 듣자.
행정법 강사의 문장 두 개 정도 듣고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든다.
무의식이 들어주겠지.
거의 눕자마자 자는 거 알아도 항상 잘때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강의를 듣는다.
이렇게 공시생 엄마의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