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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꿈을 만나다

by 김효주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우울증을 극복한 후 '나처럼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라는 간절함이 생겼다. 우연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이곳에 나도 글을 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도전! 감사하게도 한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나오미'라는 이름으로 우울증 극복에 관한 글을 펼치기 시작했다.


글쓰기 모임과 작가 모임을 통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우울증으로 고립되었던 시간 동안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우울증 극복 경험을 토대로 '프립'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다. 깊은 우울감에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만나 직접 큰 위로와 용기를 주고 나 또한 도전받는 귀한 시간이었다.


2023년 가을, 우울증 발병 10년. 이제 연구를 멈추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울림이 있었다. 나의 발자취가 희망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로스쿨 진학에 도전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알 수 있었다. 변호사가 된 나를 상상하는 일이나 변호사로서 사는 나를 아무리 떠올려도 가슴이 뛰지 않음을. 오랜 세월 '실패한 사람'이라는 쓴 마음을 뿜어냈던 '나쁜 로망'인 법조인이 되는 길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


동생의 권유로 이대 일반대학원에 진학했다. 영재교육을 전공하면서 '영재는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취약한 상태의 아이들'임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미성취를 경험했음을 깨달으며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책벌레라 글쓰기가 어렵지 않아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나

학창 시절 글짓기로 상을 많이 받았고, 선생님들의 칭찬도 많이 얻었던 나

힘든 사람을 돕고 싶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던 나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서 글쓰기의 힘을 보게 된 나

논문을 쓰며 글쓰기의 강력한 매력을 드디어 알게 된 나


글은 내 인생을 관통하고 있었지만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 깨달음에서부터 논문 주제가 생성되었다. 미성취 영재가 성인이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연구하는 것. 그리고 이 이론적인 연구를 현실에서 직접 실현하기로 마음먹었다. 방학이 되어 나는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울증 환자 모두를 돕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자유를 찾아가는 글쓰기'를 운영하고 영재교육을 전공하며 나의 우울증이 ‘미성취감’이라는 독특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나처럼 힘든, 미성취감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가진 독특한 특성을 발견했다.


다양한 감각이 예민하고 감정적으로 강렬하며, 사고력이 뛰어나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
타인의 기대를 위해 살다가 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운 사람들.
타고난 재능이 타인의 차가운 시선과 말 한마디에 간단하게 사그라드는 사람들.


[글로 나를 만나다, 글나랩]은 미성취로 인해 괴로워하며 자신의 진로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작되었다. 어릴 때부터 언어적 재능이 뛰어난 그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기 위해, 글나랩은 글쓰기를 주 아이템으로 한다.


2020년 12월, 브런치 작가라는 첫 번째 꿈을 이루다.

2021년 6월,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을 시작하다.

2025년 7월, 글나랩 CEO가 되어 글로 꿈을 펼치다.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글쓰기는 나의 삶도 크게 바꿔 놓았다.





작가의 꿈.

그것은 글 한 편일 수도 있고, 책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글을 통해 다른 나를 꿈꾸는 누군가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꿈꾼다.

이 글이 당신의 마음에 닿아, 잠들어 있던 당신의 꿈을 다시 만나게 되는 용기가 되기를.

바라건대, 당신도 글로 당신의 꿈을 만나는 여정을 시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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