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돌밥 시즌
냉장고 탈탈 털어 있는 야채 없는 야채 다 넣고
찬밥까지 동원하여 불고기 덮밥을 만들었다.
이것만 만들면 오늘 내 임무는 끝이다.
"엄마, 한 그릇 더 없어?"
"엄마, 나 더 먹고 싶어. 배고파요..."
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구나.
삼시세끼 중 하나라도 거르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은 다이어트로 밥 굶는다는 어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방학 맞이 돌밥 집사모드로 전환한 지 어언 3주 차.
아이들 또한 본인들 삼시세끼 또한 귀신 같이 챙긴다.
눈 뜨면 첫마디가 "안녕히 주무셨어요?"
가 아니라 "엄마, 오늘 아침 뭐야?"이다.
급기야는 아예 내가 자처해서
하루 메뉴를 공지하기에 이르렀다.
학기 중에는 학교 급식으로 제공하는 영양 균형적
점심식사를 굳게 믿고 아침을 조금 부실하게 주는 것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방학은 상황이 좀 다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끼니를 내가 온전히 책임진다.
그러니 아이가 아프거나 키가 자라지 않아도
혹시 내가 잘 챙겨 먹이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닌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몇 번의 방학을 거쳐보아서 그런지
이번 방학은 그나마 잠깐의 여유가 좀 생긴다.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자면 아래 세 가지 정도이다.
조리는 쉽지만 소화는 어려운 밀가루
라면은 주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마트 라면 할인행사 때도 눈을 질끈 감고 사지 않았다.
이건 끼니를 잘 챙기는 일에 게을러지지 않기 위한
일종의 나를 통제하는 장치였다.
면류를 먹더라도 쌀국수 위주로,
밀가루 면은 아이들이 원할 때 한 번씩
토마토 스파게티로 조리해 주었다.
의외로 냉동식품은 OK
크게 볶음밥류, 치킨류 그리고 국을 구매했다.
볶음밥은 조리 시 야채나 고기 재료를
추가해서 조리해 영양성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했다.
치킨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자주 시키기 비용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아이들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운동 후 점심시간 특별한 단백질 반찬이 없을 때
밥반찬 정도의 양만 데워서 내놓는다.
맛있는 고기반찬이 있으니 주는 엄마도 안심이고
먹는 아이들도 만족감이 크다.
국은 보통 대용량을 푹 우려야 맛이 나는
설렁탕이나 곰국 등을 몇 통 사두었다.
아침식사나 아이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활용하면 속을 따뜻하게 해 주기에 그만이다.
무엇보다도 냉동식품 활용으로
나에게 숨 돌릴 틈을 주었다.
과일은 매 끼니 챙겨주기
아침 사과는 금사과라니 되도록 식사 전에 챙겨 주었다.
점심에는 식후 상큼한 귤, 딸기 같은 과일로
낮시간 밀려오는 노곤함을 깨워주었다.
간식에는 저녁 전까지 다른 군것질을 하지 않도록
바나나, 토마토 같이 포만감을 주는 과일을 주었다.
어제도 주말을 맞아 집밥 식재료를
냉장고에 꽉꽉 채워뒀다.
한 그릇 더 달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아우성이
당황스럽고 힘에 부치긴 해도
이 제비 새끼들을 내가 안 먹이면 누가 먹일까 싶어
서둘러 부엌으로 들어가 본다.
내 간식으로 사둔 것들을 하나 풀어봐야겠다.
"호빵 먹을 사람, 손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