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대회 준비 시즌
아이들이 태우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피아노 연습이 지쳤을 아이들을 상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다시 출발.
얼른 집으로 데리고 가 간식이라도 챙겨줘야지
하는 생각에 다시 마음이 다급해진다.
차에 타고 한참 말 없던 아이들이 입을 열었다.
"엄마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어!"
방학이지만 아이들 얼굴을 보기 힘들다.
긴 연휴가 끝나자마자 피아노 대회를 위한
맹연습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나와 허락된 시간은 오전 시간과
오후 저녁식사 전 1시간.
나머지 시간은 피아노 연습과 잠을 청해야 했다.
이렇게만 보면 우리 아이들 진로가 음악 쪽인가
오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대회 참가는 순전히 아이들의 선택이었다.
피아노 대회 준비 기간이 다가오면서
같은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 너도나도 참가 신청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다닌 지 1~2년 밖에 안된 초보 음악가
였지만 친구들이 나간다고 하니
피아노 대회에 특별히 꿀이라도 발렸나 싶었나 보다.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칠 수 있도록
악보가 손가락에 붙을 정도로 연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분명 모르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말리지도 않았다.
피아노 대회든 뭐든 목표를 갖고 끈질기게 해 보는 경험,
그 경험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드디어 아이들이 저녁 연습 전 잠깐 나올 때가 되었다.
마주 불어오는 바람에 고개를 푹 숙이고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나를 향해 걸어왔다.
차에 타자마자 푹 퍼져있는 아이들.
며칠을 오후 내내 피아노만 치니 힘에 부치리라.
무슨 말을 해도 힘이 되기 어려울 것 같아
"왔어?" 그 외 말은 아꼈다.
조금 뒤 긴장이 풀렸는지 아이들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엄마 보니까 기분이 좋다!"
"맨날 잔소리하고 화내는 엄마가 뭐가 좋냐?"
"몰라, 그냥 좋아. 마음이 편해."
기분은 좋았지만 아이들에게 했던 말은 진심이었다.
자기 자리에서 고분군투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보다 뾰족하니 날 선 말이 먼저 나갔던
지난 날들... 방학이라 핑계를 대봐도
미안한 마음이 쉬이 가시지는 않는다.
그래, 이런 엄마가 그래도 좋다면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아이들에게 쏟겠다 다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고
연습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을 위한
달콤한 멘트를 입에 붙도록 연습하기.
"우리 아가들, 너무 고생했다.
엄마가 따뜻한 고구마 쪄놨어. 어서 집으로 가자!
코코아는 어때? 마시멜로 동동 띄워서.
내일은 뭐 먹고 싶니?
연습 가기 전에 엄마가 만들어줄게.
갔다 오면 샤워 싹 하고 엄마표 마사지, 콜?
이제 딱 일주일 남았어!
조금만 더 힘내보자!"
오늘은 어떤 멘트로 아이들 마음을 녹여줄까?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