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의 명절은 안녕하십니까?

명절을 준비하는 자세

by 빈틈


내일이면 긴 연휴의 시작이다.

원래 명절 연휴는 3일이지만

앞으로는 임시공휴일, 뒤로는 개인 휴가까지 붙여서

거의 열흘을 쉬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쉬는 걸까.




방학 중 연휴라 큰 메리트가 없는 듯 하지만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명절, 설.

설은 뭐니 money해도 부모님 외

어른들의 용돈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는 날이다.

1월이 되면 빈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도

곧 채워지겠거니 만사가 든든했다.


추석은 송편이 빠지면 섭섭하지.

송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떡이다.

팥고물, 녹두고물, 등 여러 종류 송편이 있는 틈에

오로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촉에 의지해

깨고물을 골라 먹곤 했다.

쫀득한 떡 속에 숨은 달콤 고소한 고물이

입 안에서 터지는 순간 그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가끔 걸리는 다른 고물 떡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결혼 후, 상황이 좀 달라졌다.

설날에 내 주머니는커녕

양가 부모님과 조카들 봉투를 챙기기 바쁘다.

송편을 먹는 날에는 혈당과

칼로리 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그러니까 눈앞의 떡은 그냥... 그림의 떡이다.





무엇보다 연휴라는 단어에 "휴"가 왜 붙었을까 한편 생각한다.

이틀 이상 연이어 쉬는 날을 "연휴"라고 한다.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내내 쉬는 연휴 중에

진짜 "휴(休)"가 있는 날이 며칠, 아니 몇 시간이나 될까.

밀리는 차 안에서, 붐비는 열차 안에서 몇 시간.

길에서 보낸 시간에 질린 나머지

집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날들.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으면 뭐 하나

살림이라도 해야지 싶어 집 안을 엎어놓아도

어느새 다가오는 밥시간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다.

일터로 나가지 않는 것으로 쉼을 보장하는 사회.

하지만 집 "안"에서의 쉼은 오롯이 내가 쟁취해야 한다.


바삐 살아온 우리네 삶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내려놓은 채

진짜 쉼이 있는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1월 달력, 빨갛게 물든 마지막 주를 보며

하지 말아야 할 3가지와 해야 할 3가지를 다짐했다.


하지 않을 3가지

오고 가는 차에서만 보내지 않으리라.

삼시 세 끼를 모두 챙겨 먹지 않으리라.

유튜브와 넷플릭스 정주행을 하지 않으리라.


해야 할 3가지

하루 두 번 산책을 나가리라.

읽으려고 쌓아둔 5권의 책을 모두 읽으리라.

명절 음식 말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해 먹으리라.



당신의 연휴(休)에는 어떤 쉼이 있습니까?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냉동 밀폐용기 42p를 산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