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말 관계자에게 전하는 월간 '말톡(Horse Talk)' 3호지
요즘은 운동을 취미로 가지는 사람이 많다. 좋아하는 운동에 몰두하다 보면 항상 따라오는 것이 있는데, 바로 부상이다. 골프나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골프 엘보나 테니스 엘보가, 달리기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릎이나 인대 질환이 종종 발생한다. 부상을 입어 병원에 가면 꼭 하는 이야기가 바로 ‘휴식’이다. 하지만, 운동을 계속 하고 싶은 욕심에 권장된 기간보다 빨리 운동을 재개했다가, 질환이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운동선수인 경주마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취미가 아니고 직업으로서 매번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경주마에게 운동기 질환은 일종의 ‘직업병’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더러브렛 품종의 경주마에 비해서 제주마는 체중이 적고, 눈으로 보아도 다리도 짧고 굵기 때문에 다리의 부상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사실일까? 제주말은 정말 더러브렛 보다 부상이 적으니, 휴양기간도 짧게 가져도 괜찮을까?
제주말과 더러브렛, 구조적 차이
일단 제주말과 더러브렛의 체중을 비교하면 제주말은 평균 280kg, 더러브렛은 평균 450~480kg으로 제주말이 약 200kg 정도 가볍다. 체고(바닥에서 어깨뼈(기갑)까지의 높이)로 비교하자면, 제주말은 약 115~120cm, 더러브렛은 평균 160cm로서 제주말이 약 40~45cm 정도 작다. 게다가 제주말은 체고 대비 다리비율이 낮은 땅딸막한 체형을 가지고 있어서, 더러브렛에 비해 평균 다리 길이 차이도 약 40~40cm로 추정된다.
제주말은 더러브렛에 비해 운동기질환이 정말 적을까?
다리길이가 짧고, 체중부하가 덜 걸리는 것 외에도, 구조적으로 또 다른 차이는 발굽의 견고성이다. 제주말의 발굽은 발굽을 보호하는 편자를 신기지 않고 경주를 뛸 수 있을 정도로 더 단단하다. 온몸의 체중을 받치는 발굽에 이상이 생기면, 지면에 발굽이 닿을 때마다 심한 통증이 생겨,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제주말은 더러브렛보다 단단하고 튼튼한 발굽을 가지고 있어, 돌이 많은 제주도 방목지에서도, 발굽의 부상 (답창, 제저농양, 발굽골절, 제엽염)이 더러브렛보다는 적게 발생한다. 그걸 보면 아무래도 제주말은 구조적으로 여러 모로 내구성이 강한 품종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제주말은 정말로 운동기질환이 덜 발생할까? 제주경마공원 동물병원의 2024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운동기 질환으로 내원한 진료건수는 연간 3,500여건 중 2,300건으로 전체의 약 66.7%를 차지한다. 적지 않은 비율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제주말 역시 더러브렛에 비해 내구성이 더 좋긴 하지만, 통증을 못느끼는 로봇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제주말의 부상, 오해와 현실
때로는, ‘튼튼하고 곧 나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치료 기간이 더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제아무리 제주말이 튼튼하다고 해도 병원에 내원하는 말들이나 경주 전후에 검사하는 말들은 다들 크고 작은 정도로 다리의 불편한 걸음걸이를 보인다. 특히, 휴양을 길게 다녀온 후에도 운동을 재개하면 바로 보행이 내빠지는는 말들이 있다. 이런 말들은 동물병원 진료진 뿐만 아니라 마주, 조교사, 기수 모두의 고민거리가 된다.
따라서, 이번 말톡은 반복되는 다리의 절음을 가지고 있는 제주말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치료하며 관리하는게 좋은지에 대해 소개해보자 한다.
기본검사와 정밀검사
말이 아픈 것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은 수의사가 아니라 말 관리자다. 말 관리자는 조교나 관리 중에 말의 걸음걸이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릴 수 있다. 따라서, 제주말 관리자가 운동기 질환을 어떻게 검사하고 파악하는 지를 알아두는 것은 질환의 조기발견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기본검사
1. 보행검사
운동기 질환으로 말이 내원하면 일단 먼저 보는 것이 다리의 걸음걸이(보행) 검사다. 딱딱한 지면에서 말을 빠른 걸음걸이로 직선을 오가게 하면, 다리가 아플 경우 머리나 어깨, 엉덩이의 움직임이 변하면서 어디가 아픈 지 파악할 수 있다. 파행검사는 어깨, 머리, 엉덩이의 움직임, 발굽이 땅에서 떨어져서 움직이는 각도와 거리, 다리의 생김새(지세)를 고려한 복합적인 평가를 요해서, 자세한 이론과 실전경험이 필요하다.
보통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빠른 걸음걸이(속보)로 직선 보행일 시켜서 검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복합적 평가를 위해, 추가적인 보행검사를 해보기도 한다. 미국 등의 전문 말병원에서는 한 마리의 보행검사를 하는 데 하루를 소요할 정도로 다양한 검사를 요하는 경우도 빈번할 만큼, 직선 보행검사 한바퀴 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추가 보행검사는 굴절검사 (다리의 관절 한 부분을 구부린 상태로 들고 기다렸다가 다시 보행 검사를 하는 방법 – 이로써 해당 관절이 통증의 원인인지 더 자세히 파악), 원형운동 검사 (원의 안쪽에 위치한 다리나 다리의 안쪽 부분이 원인인지 파악), 뒷걸음질이나 제자리 돌기 검사 (고관절 가동성, 뒷다리 보행, 신경이상 등), 언덕 걷기 검사 (언덕을 오르내릴 때의 걸음걸이 변화) 등의 다양한 보행검사가 있다. 따라서, 다양한 보행검사가 추가되는 것은 정확한 진단위한 것이니, 말관리자를 힘들게 하려는 것이 아님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2. 신경마취검사
신경마취검사는 의심되는 다리의 국소 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주사한 후 보행의 변화를 다시 관찰하는 검사다. 더러브렛에게는 기본 보행검사 후에 빈번하게 사용되는 진단 기법이나, 다리를 만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제주말에게는 다루기 어려운 점과 안전상의 이유로 많이 적용하지는 않는다.
3.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눌러보기 ★
동물병원에 내원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조교나 말을 씻기면서 다리를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확인 포인트는 특정 포인트에 열감이 있는지, 평소와 다른지, 지속적으로 생기는지 매일 체크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붓기를 확인한다. 관절 안의 이상이 생기면 보통 관절액이 차서 관절이 붓게 되며, 관절을 움직여볼 때 특히 아파한다.
또한, 건이나 인대의 이상이 생기면 육안적으로 붓고 다리를 들고 살짝 건을 눌러보면 다리를 움찔거리며 아파한다. 제주말의 경우 다리털이 길어서 붓기가 안보일 때도 많기 때문에, 육안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통증 유무를 평소에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밀검사
4. 방사선 검사 – 뼈 질환 확인
기본 보행검사로 어떤 다리가 원인인지 파악이 된다면, 일단 진통소염제를 맞으면서 통증을 완화시켜서 보행이 개선되는지를 경과를 보게 된다. 그러나, 약물치료와 휴양을 반복해도 호전이 없거나, 심한 파행이 있을 경우에는 정밀진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소염제와 휴양에도 호전이 없다면, 아무리 운동을 잘 시키고 싶어도, 말이 결국 따라올 수가 없으니 최상의 성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사선 검사를 통해서는, 뼈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데 유용하다. 방사선 촬영은 휴대용 장비를 통해서 시간을 요하지 않고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촬영의 이점은 휴양 기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추후 활용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기에, 입퇴사 시점에 한번 확인을 해서 조교나 휴양기간을 선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방사선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대표 질환은 아래와 같다.
‣ 골연골증 (ostehchondrosis) – 관절 연골이 닳고 염증이 생기는 질환
‣ 이단성 골연골염 (osteochondritis dissecans) – 관절 연골이 조각나서 떨어지는 질환
‣ 골편골절 (chip fractures) – 관절내 뼈조각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질환 (제거수술 필요)
‣ 퇴행성 관절염 (degenerative arthritis) – 만성 관절염이 진행되어 관절과 뼈가 손상되는 질환
5. 초음파 검사 – 건(힘줄)과 인대의 손상 진단 ★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앞다리뼈의 뒤쪽에 있는 건 (천지굴건, 심지굴건) 과 인대 (계인대) 의 손상여부를 보는데 효과적이다. 제주말의 경우 뼈질환보다 건•인대 질환으로 인한 보행이상이 더 많으므로, 초음파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서, 손상부위를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 천지굴건염 (suferficial digittal flexor tendinitis) – 다리 뒤쪽 표면 힘줄의 염증이며, 육안적으로 두껍고 부어있는 게 도드라져 보인다. 제주마에게서 가장 흔한 건-인대 질환이다.
‣ 심지굴건염 (Deepl digittal flexor tendinitis) – 천지굴건보다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힘줄의 염증이며, 천지굴건염보다 발병률은 낮지만, 반복하는 파행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초음파검사로 감별진단할 필요가 있다.
‣ 계인대염 (Suspensory desmitis) – 심지굴건보다 깊숙한 곳에 위치한 힘줄의 염증이며, 계인대는 구절로 내려오면서 두갈래로 갈라져서 구절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경주 중에 구절은 완전히 구부러졌다가 펴지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때문에, 계인대염 역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이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병원에 가기 꺼리는 이유는, 의사가 운동을 중단하라고 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당장은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겠지만, 질환이 해결되자 않으면 오히려 복귀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경주마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튼튼하고 병치레가 없다는 제주마라도, 육지보다 손쉽게 근처의 목장으로 휴양을 나가서 쉴 수 있는 제주마라도, 단순 휴양 정도로 해결이 안되는 질환이 생기면 추후 복귀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유하는 경주마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활용하고, 현역에 있는 동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올바른 진단과 치료, 휴양 계획이 최우선이다.
다음 편에서는, 질환이 생겨서 장기 휴양이 필요한 경우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복귀를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재활치료와 조교관리,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중요한 경주를 준비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보조 치료요법도 함께 안내할 예정이다. 제주말을 오랫동안 사랑받는 경주마로서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관계자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작성자 : 김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