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말 관계자에게 전하는 월간 '말톡(Horse Talk)' 4호지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당해서 다리를 절뚝거릴 만큼 다리가 아프다면? 일단 운동을 중지해야 한다. 경주마의 경우는 어떨까? 사람과 다를 바 없으나, 한가지 차이가 있다. ‘집’에 돌아가서 쉰다는 점이다. 특히, 제주 경주마에게 ‘고향집’은 멀어봤자 제주도 어딘가에 있기에, 제주경마장 안의 말이 부상을 당하면, 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쉼이 필요하다면, 육지의 말보다는 편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제주경마장 안으로 말이 들어오거나(입사), 말이 나가는(퇴사) 시스템은 매주 수요일에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며 육지의 경마장보다 빈번하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오전은, 말을 싣고 경마장 안으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수송트럭이 제주도내 큰 도로에서도 쉽게 보이는 날이다.
이번 말 건강레터는 집으로 돌아간 말이 어떻게 휴양을 하는 것이 좋으며, 어떻게 복귀를 앞당길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쉬는 것일까?
경마장을 떠나 다시 고향집인 생산목장으로 돌아온 말은 보다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패독(울타리) 안에서 천천히 걸어다닐 수도 있고, 다른 말과 함께 초지에서 지낼 수 있다는 스트레스 없는 환경 역시 큰 장점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온전한 휴양만이 능사는 아니다. 다리의 부상의 정도에 따라서, 또 말의 개체 차이에 따라서 따라서 휴양의 형태는 보다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1. 마방내 운동제한 (stall rest)
골절이나 건인대 질환 등의 중증의 부상이 생긴 경우에는, 걸을 때마다 통증이 심하므로, 마방 내에서 일정기간 (1주~4주) 지내며 운동을 제한해야 한다. 이 때에는 진통소염제나 포대처치 등의 집중 치료를 보통 병행한다. 마방제한을 할 정도의 말은 방문수의사의 진료를 통해서, 치료경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서 운동제한 시점을 조율해야 한다.
2. 패독 방목
패독의 크기는 생산농가마다 다양하다. 더러브렛 품종의 경우 마방에 오랫동안 있던 말이 패독으로 나오면 감당이 안될 만큼 뛰어다닐 위험 때문에, 성격에 따라 패독 방목의 시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제주말의 경우에도, 평소에 끊임없이 움직이는지, 겁이 많아서 잘 날뛰는지 등의 개체별 성격에 따라서 패독의 크기와 외부방목 시간을 적의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재활 운동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온전한 휴양만이 능사는 아니다. 특히, 건과 인대의 손상으로 인한 휴양의 경우에는, 건섬유의 건강한 회복을 위해서 적절한 강도의 점진적인 운동이 필수적이다.
휴양농가에서 운동을 위한 시설은 모래마장에서 시행하는 원형운동, 워킹머신, 혹은 수영 시설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서, 초기의 재활은 손끌기 운동으로 시작을 권유한다. 아래의 표는 더러브렛 품종의 건인대 질환 후 치료재활 프로토콜이다. 이를 보면 손끌기 시간이 재활운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기승 후 속보 및 구보도 비교적 일찍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적용할 때 주의할 점은 손끌기와 워킹머신 이용은 전혀 다르다는 점과, 재활을 위한 속보 운동 시간은 아주 조금씩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기승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은 경마장 입사 후가 용이하는 점을 볼 때, 재활 치료의 시점을 휴양목장에서 뿐만 아니라 경마장에 다시 재입사해서, 일정 시간을 재활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양방향 협력이 있어야만, 보다 체계적인 재활치료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러브렛 경주마의 건/인대 손상에 따른 아래의 치료 프로토콜을 소개한다. 물론 품종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건/인대 손상으로 장기휴양을 권고받은 제주마의 경우 아래의 흐름으로 재활을 한다는 점으로 활용이 되었으면 좋겠다.
< 건·인대 부상에 따른 재활 프로그램 >
1. 부상시점~3개월차
▶ 경증 : 손끌기 15분 (2회) → 손끌기 40분 (1회) → 20~30분
▶ 중등도 : 손끌기 15분 (2회) → 손끌기 40분 (1회) → 손끌기 60분 (1회)
▶ 중증 : 손끌기 15분(2회) → 손끌기 30분 (1회) →손끌기 40분(1회)
2. 3~6개월차
▶ 손끌기 30~40분 → 기승 후 평보 →기승 후 속보 추가 (2주마다 5분씩 증량)
3. 6개월~1년
▶ 점진적 구보 추가 : 상태가 좋을 때 2주마다 5분씩 증량
▶ 매 시점마다 주기적 검진으로 운동 수준을 재평가해야 한다.
한번 손상된 건과 인대는 안타깝지만 원래의 탄성으로는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질환이 생긴 말이 복귀할 때는 조교의 강도에 몹시 민감하고 취약하다. 따라서, 오랜 시간과 정성을 쏟아 휴양과 재활 운동을 시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귀 후에 얼마 되지 않아 재부상을 입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렇다면 다른 치료와 예방법은 없을까?
재생 치료법 (주사요법)
손상받은 건섬유에 재활을 촉진하는 인자를 주입하는 치료법은 널리 활용되고 있다. PRP(platelet rich plasma, 자가혈소판 풍부혈장 치료술) / 줄기세포(stem cell therapy) / PDRN(polydeoxyrobouncleotide, 연어 DNA에서 추출) 등의 세포재생과 항염에 효능이 있는 인자를 손상 초기에 주기적으로 주입하면, 치유 속도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염증 초기이자 마방제한 휴양을 시작하는 시점에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보존적 치료 (기기 요법)
충격파 치료 (제주목장 동물병원 보유), 레이저 치료(제주경마장동물병원 보유)는 장비를 통하여 손상부에 에너지를 전달하여, 손상받은 건섬유의 염증을 줄이고 치유를 촉진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염증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통증 감소에도 효과가 있어서 경주마의 운동기 질환에 대한 재활 치료로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양보다 명확하게 복귀율을 높일 수 있다. 단, 손상 정도별 재활단계는 초음파 소견에 꼭 맞추어서 개별 플랜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따라서 휴양 기간에도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 및 임상 검사가 필수적이다.
건강한 복귀를 위하여
제주말은 더러브렛에 비해서 운동기 질환에 강한 편이며, 더러브렛에 비해서 현역으로 활용되는 시간도 비교적 길다. 따라서, 운동기 질환이 발생했을 때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 그리고 보다 적극적인 재활 요법을 활용한다면, 더러브렛 품종보다 더 효율적으로 경주에 복귀할 수 있다. 여러 관계자의 세심한 노력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명마 제주마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제주마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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