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와 북도를 오가며
*앞전에 전라도 여행기 1탄 올렸다가 수정하는 과정에서 삭제를 맛보고 이 참에 1탄, 2탄 함께 올렸습니다*
형님 찬스로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떠나게 된
2박 3일 전라도 여행기
해남 땅끝마을, 광주 5.18 민주기념공원, 정읍 내장산, 김제 만경 낙조 전망대, 전북 무주
처음 가려고 했던 곳은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내장산이었다. 일행들과 의논 끝에 지금 내장산을 가면 단풍이 끝물인 건데 하며 어차피 전라도 여행이라 가긴 할 거라 자연스럽게 돌아보자고 했다. 차를 타고 이동 중 의견으로 해남 땅끝마을을 가보기로 했다.
부산 대연동에서 출발한 차는 동서고가로를 지나 금방 김해로 이어졌다. 휴게소를 들러 각자 볼일을 보고 난 뒤 간식거리로 땅콩 빵과 맥반석 쥐포 구이를 한 봉지씩 샀다. 한참을 달려 깜깜한 밤이 되어 땅끝 마을에 도착을 했다. 숙소도 숙소지만 저녁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 적당한 곳이 있는지 식당을 검색하며 갔다. 문을 일찍 닫은 곳도 있고 애초부터 열지 않은 곳도 보였다.
땅끝마을 전망대 쪽 두 군데 횟집이 열린 것을 보고는 반가워 우리는 두 집 중 어부 횟집으로 들어갔다. 사장님께 어떤 메뉴가 좋을지 여쭈어보니 지금은 삼치 조림이 맛나다고 하셨다. 곁들여 먹을 국물 음식을 추가해 삼치 조림과 매운탕을 주문했다.
음식이 한 상 차려졌다. 삼치 조림과 우럭 매운탕 그리고 전라도 반찬들로. 시금치무침 같이 생긴 비주얼의 유채 나물 무침, 진한 양념의 파김치, 멸치볶음, 갓 물김치, 밴댕이 젓갈, 미역 초무침 등으로 반찬들이 다 간이 맞고 맛이 좋았다.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삼치 조림은 말씀대로 맛이 일품이었다. 삼치의 식감이 아주 부드러웠다. 우럭 매운탕도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땅끝전망대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길 100 땅끝모노레일매표소승강장
9시에 저녁식사가 끝이 났는데 소화도 시킬 겸 땅끝 전망대를 가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 5분 정도 돌계단을 오르니 도착. 밤이라 주변이 깜깜해 제대로 된 구경은 못했으나 조명들의 도움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차로 이동하면서 숙소를 검색했다. 인근에 바다 뷰 예쁜 펜션이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머물 수 있었다.
복층으로 된 4인용 방에 형님네는 1층 침대를 사용하고 우리가 2층 다락방을 사용했다. 각자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 식탁에 앉아 귤을 까먹으면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지었다. 돌아가면서 씻고 잠자리에 들어갔다. 형님네는 주무셨고 우리는 밤 12시에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 쏟아지는 별들을 구경했다. 주변이 깜깜하고 하늘이 맑아서 그런지 정말 꿈에 그리던 별들을 볼 수가 있었다. 별똥별 떨어지는 것도 보았다. 짝지는 몇 개 봤다고 했는데 나는 한 개만 보았다. 우리의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개가 자꾸만 짖어 별구경을 속히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도 쉬이 잠이 오지 않아 누워서 폰 놀이를 하다 어느새 곤히 잠이 들었다. 새벽 6시 30분쯤 눈이 떠졌는데 공기 좋은 곳에서 잠을 잔 덕인지 아주 개운했다.
아침 떠오르는 해를 형님이 찍으신 거다. 이때 나는 다락방에서 폰 놀이를 계속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가야 가고자 하는 곳을 다 둘러볼 수 있었기에 아침은 인근 편의점에서 사 온 라면을 끓여 먹는 걸로 해결했다. 나는 속이 안 좋아 패스했다.
다음 일정으로 잡은 곳은 전라도 광주였다. 모두의 의견을 모아 5.18 기념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두어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이 5.18 민주공원이었다. 제일 먼저 5.18 기념 문화센터의 민주화 운동 전시실을 둘러보고 소극장 앞에 설치되어 있는 당시 광주 시민들이 겪었던 참혹한 사진들과 글을 보았다. 보는 내내 말을 아끼고 싶었고 그저 숙연한 마음만이 들었다. 조용히 둘러보고 나온 뒤 기념공원을 둘러보았다. 예쁜 산책길을 발견했는데 다음 일정으로 갈 수가 없었다. 다음 기회가 되면 가보아야겠단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국립 5.18 민주묘지에 도착해 다 같이 묵념을 하고 광주를 떠났다.
점심을 먹기 위해 검색을 하던 중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세 번째 장소로 정해진 정읍 내장산에서 먹기로 했다. 한 시간이 안 되어 도착한 정읍. 내장산 입구로 가는 길부터 예뻤다. 한참 단풍길을 달리니 내장산 입구가 나왔다. 점심이 늦은 관계로 밥부터 먹자 하고 시킨 메뉴로 산채비빔밥, 돌솥비빔밥, 파전, 더덕구이였다. 골고루 시켜 이것저것 함께 맛보니 더 입맛이 돌아 실컷 배를 채웠다.
배고파 먹다가 생각나서 찍은 음식 사진들이다. 잘 차려진 한상이었는데 사진을 못 찍어 아쉽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내장산 구경에 나섰다.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가는데 각설이 공연과 함께 주변이 떠들썩했다. 먹거리도 눈이 돌아갈 만큼 풍부했다. 이것저것 맛보고 싶었지만 배가 불러 패스.
기다렸다가 셔틀버스를 타고 케이블카가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내려서 보이는 풍경들에 감탄을 자아내며 각자 사진 찍기에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다.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온통 단풍이었다. 1주일 전에만 와도 잎이 더 많이 달려있는 풍경과 함께 했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예쁘고 멋있었다. 이래서 내장산 내장산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이 아름답고 찬란한 내장산을 처음 와 본 것일까... 빨강, 노랑, 주황 알록달록 단풍들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오랜만에 몸과 마음이 열리고 한껏 시원해지는 시간이었다.
단풍구경을 실컷 한 우리는 다음 여행지인 김제 만경 낙조 전망대로 향했다. 한 시간쯤 넘어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이 되었는데 사진을 찍으며 광활한 대지와 함께 여유로운 한때를 보냈다.
처음 도착했을 때 구름에 해가 가려져 있어 무사히 지는 해를 볼 수 있을까 하며 설렘을 가지고 기다렸다. 여기서는 별다르게 한 건 없고 그저 예쁜 낙조 사진만 건지기 위해 찍고 또 찍었다. 그래서 건진 사진들을 감상해 보자.
다행히도 낙조를 볼 수 있었고 사진도 건지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다음으로 저녁을 먹어야 해서 여길 빠져나와 김제 주변을 검색하며 갔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황량한 산업단지를 달리고 달려 큰 도로가 나오고 그 길 옆에 고깃집이 나왔다. 식육 코너에서 고기를 골라 자리를 잡고 앉아 먹는 그런 곳이었다. 각자 먹고 싶은 부위의 고기를 골라와서 구워 먹었는데 그 맛은 쏘쏘였다. 워낙 우리가 질 좋은 고기를 자주 먹어봤던 터라 그 맛엔 못 미쳤다. 밥을 먹어야 했는데 냉면은 안되고 국수가 메뉴에 있어 주문했다. 비빔국수였는데 면이 충분히 다 익지 않았고 고명을 보니 쫄면 비주얼이었다. 된장찌개가 메뉴에 없어 아쉬웠다. 우리가 다녀본 전라도 음식 중 제일 별로였다. 여하튼 배부르게 배를 채웠다. 소화도 시킬 겸 인근 카페로 가서 차 한잔씩을 하며 다음 숙소를 찾기 위해 의논에 들어갔다. 우리가 있던 김제 주변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는 것 같아 다음 여행지를 무주로 정했다. 무주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하고 출발!
무주 가는 길에 숙소를 검색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인근으로 몇 군데 알아보았다. 그 사이 예약을 하고 가면 좋을 것 같았다. 알아보다가 예쁘고 좋아 보이는 펜션을 발견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자리가 없었다.
흙집정원펜션
전북 무주군 설천면 구천동로 2215
촌집 같은 풍경의 이곳은 다음에 또 기회가 오면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몇 군데 알아보다가 다행히 묵을 숙소를 정했고 무주군 설천면에서 전라도의 마지막 여정을 보내기로 했다. 내장산에서 사가지고 온 깨 과자들과 귤 콜라를 먹으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인근 편의점에서 사둔 비비고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그리고 햇반으로 아침을 먹었다. 드디어 부산으로 출발! 무주에서 거창으로 가는 길에 거창 사과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내려 맛을 보았다. 달콤하고 아삭하며 맛이 좋았다. 1Kg에 만원. 3Kg부터 판매하고 있었다. 각 집 당 3Kg씩 담아달라고 했다. 그사이 우리가 맛본 사과가 2개는 될 듯싶었다.
몇 시간을 달려왔을까 휴게소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자 하고 식당으로 바로 들어가려고 하다 골고루 메뉴로 먹어보자 하고 토스트랑 어묵탕, 떡볶이, 남산 돈가스를 주문해서 먹었다. 남산 돈가스는 서울 남산에 있는 그 돈가스인가 하며 먹었는데 느끼하지 않고 맛이 괜찮았다. 이것저것 맛보면서 먹으니 더 좋았다. 우리의 먹거리 마지막 코스는 땅콩빵과 아메리카노로 마무리가 되었다. 땅콩이 많이 박혀있어 오는 내내 차 안에서 맛나게 흡입했다. 커피도 홀짝홀짝 마시면서.
창원, 진영, 김해를 지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부산. 낯선 곳을 다녀오거나 어딜 다녀온 뒤 부산 입구로 들어서면 기분이 묘하다. 아니 좋다. 내가 오래도록 살아온 곳 익숙하고 친근한 곳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1박이 될지 2박이 될지 모를 이번 여행이었지만 우리는 2박을 달성했다. 실로 오랜만에 조우였다. 6년 전 제주도 여행 2박 3일, 울주군 서생 펜션에서 1박 그리고 또 있었나? 생각이 안 나지만 이번에 참 오랜만에 함께 다녀왔다. 형님이 며칠 어머님을 봐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며칠 봐주신 형님께도 감사하고 함께 전라도 여행을 떠나 준 형님, 아주버님께도 감사드린다. 저번 제주도 여행에서도 제주 4.3 기념관을 가보자 한 것, 이번 5.18 기념 묘지에도 먼저 가보자고 한 게 아주버님이셨다. 해남 땅끝마을은 짝지가 제안했지만. 여하튼 모두의 마음을 모아 몇 주전에 계획한 전라도 여행이 이렇게 잘 이루어졌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이니 가능했다.
“다음은 어디로 갈래?”로 우리는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뒷모습, 옆모습 찬조 출연해 주신 형님, 아주버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