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형님이 오시기 전 누룽지를 끓여 어머님을 차려드렸다. 보통 오시는 시간보다 조금 늦어져 간단히 차려드리자 했다. 나도 누룽지 밥상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명란젓, 낙지젓갈 두 가지 하고만 먹는데도 “집밥은 최고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집에서 나온 시간이 두시, 지난 새벽에 쓴 글도 두시. 두시에 뭐 있냐고요! 우연히 오늘도 두시다. “형님 오시면 나가자. 자갈치 가서 선지국밥이라도 한 그릇하고 오자.”라고 했다. 이틀간 교육차 경기도 안성을 다녀온 짝지는 피곤하다며 집에 있고 싶어 했다. 그럼 나라도 다녀오지, 뭐. 혼자 자갈치까지 가긴 그렇고 동네 한 바퀴 돌다가 도서관을 가자하고 가방에다 책이랑 노트랑 필기도구들을 챙겨 넣었다. “아싸, 이제부터 자유시간이다. 맘껏 누리자! 도서관을 가든 바다를 가든, 카페를 가든, 맛집을 가든 내 마음이야” 하고 달려온 곳이 도서관이다.
언제부턴가 도서관을 자주 찾게 되었다. 오면 그냥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삶은 도서관’인 건가? 창쪽을 보고 앉으면 나지막한 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그리고 소방서가 보인다. 눈을 아래로 향하면 자동차의 행렬을 볼 수 있다. 다소 복잡하지 않은 도심 속 도서관이다. 필사도구, 읽을 책 등을 챙겨 오니 마음이 든든하다. 틈만 나면 적는 걸 좋아하니 어딜 가면 즉석 해서 노트와 볼펜을 사기도 한다. 이제 쓰는 거는 정말 일상이 된듯하다.
예쁜 단풍잎들이 마지막 잎들을 떨구지 못한 건지 안 한 건지 당당히 붙어있다. 이미 떨어진 잎들은 애초부터 떨어졌지만. 빛을 받아 단풍색이 더 예뻤다. “이 장면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하며 찰나를 기록해 본다.
나만의 자유시간은 참 다양하게 채워지는 것 같다. 걸으면서 자연을 캐치하고 기록하는 시간도 포함이다. 오늘은 잠시만의 휴식이 아니라 긴 휴식을 가질 것이다. 그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오늘 나, 늦게 들어갈 거예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