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1
나는 독서가 취미라고 할 정도의 사람은 아니다.
대학에 다닐 때,
그야말로 '대학생'이었던 나는 학교생활이나 수업에는 별 관심 없이 그저 학교와 집을 오가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는 데에나 재미를 붙이게 된다.
그 당시 도서관 일본문학 서가에서
손으로 쥐기 망설여질 정도로 더럽지 않은 소설이라면 거의 다 읽었다.
(학교에 책이 별로 없었다.)
특히 이시다 이라와 이사카 코타로에게 심취해 있었다.
이 둘의 신간이 나오길 고대할 정도로 좋아했다.
그래 봐야 읽는 게 느린 편이라 한 주에 한 권, 빠르면 두 권쯤 읽었나.
재밌는 건, 자체 휴강을 하고 싶다가도 도서관 반납일 때문에 억지로 학교에 간 적도 많았던 것.
그러다 운 좋게 취업을 하게 되어 학교에 안 다녀도 되었고 회사일이 바빠 이래저래 자연스레 책과 멀어졌다.
(독서는 내 취미가 아니니까.)
성과 없는 업무와 지겨운 야근이란 핑계로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방황을 하며 시간이 생기자, 나는 다시 책에 눈을 돌린다.
그때 읽게 된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이다.
잘 모르기도 하지만, 다자이의 양력이나 책의 내용이야 검색하면 수두룩 빽빽하게 나오니 따로 적지 않겠다.
처음 읽었을 때의 기분도 생생하고 아직도 좋아하는 책을 꼽자면 한 손에 들 정도이다.
몇 번을 다시 읽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책이라면 이외에도 몇 권 더 가지고 있지만 이게 제일 좋다.
그 이상한 나약함.
어쩌면 가짜 무기력증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미시마 유키오가 그에 대해 한 말을 인용해서 제목을 지어봤는데,
말 그대로 다자이 오사무의 신경쇠약은 라디오 체조만 했어도 나았을 것이란 거다.
하지만 라디오 체조에 열을 올려 우울감이 씻겨 내려간 다자이 오사무라면 이런 글을 남길 수 있었겠냐고, 이 양반아.
내 경우로만 보아도,
우울과 고독은 그 자체로 영감이 되기도 한다.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 모든 것을 새롭게 고찰할 시간을 주는 무기력.
아마도 나와 미시마 유키오는 그런 무기력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던 다자이 오사무를 부러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