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혐오를 견디는 디자이너의 시간
“리디자인, 괜히 했나.”
밤새 작업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소셜 미디어에
최종 시안을 내보이던
그 순간의 설렘은 찰나였다.
생각하지도 못한
순수하고 특별한 혐오들이
잘못된 시도라며 비웃고 있었다.
그 댓글들이,
내가 하는 일이
무서운 일이 되어간다는
위협처럼 다가왔다.
“누가 품질을 결정하는가?”
“누가 가치를 정의하는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비난의 파도 앞에서
내 의지를 잠식해 올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안다.
가치는 시간이 빚어내는 것이고,
인내는 지나온 과정을 견고히 쌓아 올리는 일이며,
비판은 완성에 이르는 필연의 일부라는 것을.
결국,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것은
한 번의 아름다운 결과물이 아니라
견뎌낸 시간의 기록이다.
진정한 가치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