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광안리에 와있다. 나에게 광안리는 최고의 낭만이자 행복이다. 멀리서부터 광안리가 가까워질 때면 몇 번이고 찾은 곳인데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화사한 광안리가 펼쳐지는 순간에는 날아갈 듯이 기쁘기도 하다. 혼자 광안리를 걷는 것을 참으로 좋아한다. 그저 푹신한 모래를 밟으며 마음껏 뛰놀다가 넘어져도 좋을 정도로. 흩뿌려지는 폭죽, 비릿한 바다 냄새, 청아한 파도 소리. 온몸으로 광안리를 느끼기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하다.
광안리의 파도 소리를 듣는 것을 참으로 사랑한다. 파도 속에 나를 가두고 싶을 정도로. 파도 소리를 노래 삼아 귀를 기울이다 보면 괜찮다는 위로로 들리기도 하고, 잘했다는 칭찬으로 들리기도 한다. 광안리가 정말 절실히 필요할 때 오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다. 광안리에 오고 싶을 때마다 올 수 없다는 사실에 괜스레 울컥하기도 한다. 조금은 오랜만에 오게 되었지만, 파도 소리가 나를 토닥여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광안리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아픈 일이 있어도 광안리로 곧장 달려가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것만 같은데. 드넓은 광안리에 있으면 내가 너무나 작은 사람이 된 것만 같다. 그래서 크나큰 생각들도 마냥 조그맣게 느껴진다. 그게 바로 광안리가 좋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광안리를 떠나야 할 때면 발걸음을 작게하고 천천히 걷게 된다. 헤어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은 마음이랄까. 이제 막 시작한 연인도, 지독히 짝사랑하는 상대도 아닌데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광안리에서의 모든 순간을 무척이나 아낀다. 광안리에서 살고 싶다. 바다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그게 바로 내가 바라던 바다.
2023년 10월 11일 오후 11시 26분
광안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