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아서 오랜만에 편지를 적어. 늦은 새벽이지만 너도 왠지 안 자고 있을 것만 같네. 나는 보란 듯이 이십 대 후반이 되었어. 아직도 너의 나이가 되려면 일 년을 더 기다려야 하다니. 내가 너보다 어려도 한참 어렸구나. 나는 여전히 순간 속에서 너를 떠올리고 있는 중이야. 너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렀으면 어땠을까. 너의 삼십 대는 어땠을까. 사십 대는, 오십 대는 어땠을까. 누구와 결혼을 하고 어떤 아이를 낳았을까. 종종 또렷한 상상을 하곤 해. 그래도 다행인 건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다는 거야. 나는 사랑이 참 많은 사람인가 봐. 어쩌면 사랑이 나를 움직이게 할지도 몰라. 한때 너를 향한 사랑만으로 내가 움직일 때가 있었듯 말이야. 문득 너와 함께 했던 어린 날들이 막 그려지네.
너를 생각해도 아무렇지 않은 날이 올까. 아무렇지 않게 너를 생각하는 날이 올까 걱정했었어.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의 크기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더라. 너는 언제나 나에게 선명한 사람인 걸. 나 너를 많이 좋아했나 봐. 투명한 나의 마음속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사람이 너여서 그런 걸까. 역시 순수한 사랑은 이길 수 없는 것 같아. 나중에 네가 있는 곳으로 간다면 가장 먼저 너를 찾을게. 너는 나를 본 적이 없으니 내가 먼저 단번에 너를 알아보겠네. 그럼 놀라지 말고 그냥 한 번 웃어주라. 안아주면 더 좋고.
우리는 꼭 만날 거라고 믿어. 곧 겨울이 가고 내가 사랑하는 봄이 와. 우리의 생일이 함께 있는 따뜻한 봄 말이야. 봄이 되면 다시 올게. 잘 자. 좋은 꿈 꿔!
여전한 사랑을 담아,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