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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가 좋아서 떠난 3. 스타의 거리, 그리고 울컥

손도장이 없던 장국영, 내가 좋아하는 홍콩 스타들을 찾았던 재미

by 메이

이 날을 쭉 기록해보며 돌아보니, 홍콩에서의 두 번째 날은 온통 영화, 영화, 또 영화였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때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아 이 곳이 거기구나!'라는 생각에 한껏 벅차오르기도 했고, 영화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며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숨겨져 있던 목표를 다시 정하기도 했던 그 날. 아직 그 날의 영화같은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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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청킹맨션? 여기라구요?


잠시 멈춘 비에 다음 일정을 위해 침사추이로 걸음을 향했다. 그러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내 앞에 'Chungking Mansion' 이라고 적혀 있었다. 머리와 심장이 반응하는 것의 오차 범위가 있어서, 건너다 다시 빽.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마침 그 안에 가려고 했던 목적지도 있었는데,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싶어서 벅찬 마음에 그 많은 인파를 뚫고 셀카를 막 찍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영화 '중경삼림'의 시작이 이 곳이라구요?


아마 다양한 여행 후기에도 적혀 있겠지만, 그 안은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우범지역이라기보다, 여자 혼자라면 굳이 그 곳을 가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지하 1층 건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층은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지하 1층에는 '란퐁유엔'을 포함한 여러 음식 가게들도 있고, 꽤나 힙한 홍콩 편집샵도 입점되어 있었다. 그래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어떤 매장은 전시회처럼 해두어서 실제로 구경하기도 했었다. 내가 처음 갔을 때는 이제 막 입점되기 시작하던 타임이었는데, 11월에 다시 갔을 때는 꽤 입점이 많이 되어 볼거리도 많았었다. 이소룡을 좋아한다면, 그 곳에 이소룡 티셔츠를 전문으로 파는 곳도 있었던 거 같으니, 침사추이에 가서 청킹맨션 란퐁유엔이 간 후 지하 1층을 구경해보길 바란다.


(7) 아름답지만 찰나의 빛 같아서 슬픈 홍콩의 밤


청킹맨션에서 쭉 걸으면 바로 그 곳. '스타의 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강 건너로 셩완의 높은 건물들을 보며 홍콩의 밤을 만끽할 수 있다. 난 펍에서 맥주 한 잔을 시키고 홍콩의 찬란한 밤을 구경했다. 홍콩을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홍콩의 야경은 정말 아름답지만, 묘하게 슬프다. 그리고 그 결론을 11월에 내렸는데, 찰나의 빛 같아서 슬픈 느낌이 든다. 환하게 밝히는 건물들도 시간이 되면 불이 꺼질 것이고, 그리고 아침이 찾아온다. 아침은 또 다른 하루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찬 느낌이 있지만, 홍콩의 빛나는 밤은 유난히 짧았다. 그래서 더 붙잡고 싶은 홍콩의 밤이다.


그런 홍콩의 밤에 취하고, 맥주 한 잔을 하고 스타의 거리에 있는 홍콩 스타들의 흔적을 쭉 찾으며 다녔다. 내가 정말 사랑한 양조위의 손도장에 내 손을 대어보기도 하고, 홍콩 영화를 입문하게 만들었던, 아마 나의 영원한 롤모델일 장만옥의 손도장도 보았고, <에브리씽 에브레데이 올앳원스>에서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며, 홍콩뿐만 아니라 아시아인들의 큰 자랑이 된 양자경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홍콩 스타부터 감독들의 싸인과 손도장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참 슬펐던 것은 장국영은 손도장이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스타의 거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너무 울컥했다. <바빌론>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배우가 좋은 점이 작품에서는 영원히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난 장국영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가끔 실감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근데 그 순간, 확 느껴졌던 거 같다. 그래서 그의 명패 앞에 조금 오래 서있었다. 마침 그 전에 발행된 뉴스레터에서 그에 대한 찬사를 적으려다 지웠었는데, 그 찬사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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