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o Yoga Teacher
막연히 그런 생각들을 했다. 내 커리어의 마지막은 사무직이 아닐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 얘기를 했더니, 다들 공감을 하곤 했다.
그리고 난 40살에 다시 대전으로 내려가서 작은 요가원을 차릴 것이라고.
그냥 그런 막연한 생각들이 둥둥 떠오르던 평소를 보내다, 나의 요가원에서 TTC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전부터 어렴풋이 할거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돈을 내고 점점 그 날이 다가올 수록 마음가짐도 좀 달라졌던 거 같다.
난 매 여름마다 락 페스티벌을 가는데, 이번에는 요가 지도자 과정을 위해 과감히 포기했다.
락페는 매년 오지만, 요가 지도자 과정은 매년 오는게 아니니까.
내가 평생 요가 선생님을 할지, 아니면 이 지도자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길이 열릴지 알 수 없는거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집중을 하고자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또 포기한 것이 있다면 주말의 단잠.
일요일 12시 넘게 일어나는 것이 직장인이 되고 맛보던 하나의 즐거움이었는데, 이 또한 포기했다.
잠은 지도자 과정이 끝나고 푹 자면 되니까. 아니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되니까.
5년 전, 대전에 있을 때도 TTC를 받았지만 사실 이 때는 요가 선생님이 되기 위한 과정보다 평일에 하지 못하는 요가를 주말이나 다른 시간에 더 채우기 위함으로 했었고, 해부학이나 동작들에 대해서 배울 때도 깊게 집중해서 하지 않았다. 시험을 볼 때도 전 날 달달달 외워서 맞추느라 정신 없었던 거 같았고, 동작 시연할 때 트리코나아사나를 진행했었는데, 그 때도 그냥 외운 것을 달달달 말했었다.
그 때와 지금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일단 요가가 나에게 더 깊숙하게 다가왔다는 것이고, 이제는 요가가 없는 나의 삶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의 삶에 이렇게 다가온 요가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해외 워크샵을 나가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지도자 과정을 시작했다.
* 요가 지도자 과정의 상세 내용은 외부 유출이 엄격히 금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느낀 점 위주로 작성하려고 하오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
토요일 수련이 끝나고 선생님과 도반들과 함께 점심과 커피를 사고 다시 요가원으로 모였다.
이 때만해도 나는 어떤 시간으로 펼쳐질지 가늠을 못했던 거 같다.
점심을 먹고 함께 수련실로 들어가 선생님께서 준비해주신 교재를 펼치며, 수업은 시작되었다.
늘 옆자리에서 함께 수련하던 도반들의 태도도, 우리를 좋은 아사나로, 좋은 수련으로 이끌어주던 선생님도 180도 변한 모습을 보고, 나 또한 그렇게 변하며 다소 진지한 상태에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았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는 작아졌다.
내가 알던 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시연한다는게 이렇게 어려웠나? 그런 생각들이 자주 들었다.
나는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고(PT 좋아함) 누군가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것을 참 좋아한다고 자부했는데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이 또한 연습하면 늘 것이라는 것도 잘 알지만, 지식을 나누는 것과 몸을 함께 움직이면서 나누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나, 해부학 시간이 시작되었다.
사실 좀 힘들긴 했는데, 해부학은 오히려 그동안 나의 약점들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서 그런지 근육의 이름을 외우는 것 외적으로는 좀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예 무의 상태에서 유를 넣는 것은 쉬운데, 유의 상태를 더 확장 시키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느꼈던 첫 날이었다.
나....좋은 선생님 될 수 있을까?
첫 날, 긴장이 풀린 여파인지 집에 와서 샤워하고 치킨에 맥주 마시고 설거지하고 양치하고 바로 뻗었다. 중간 중간 눈을 뜨기도 했지만 졸림에 다시 잠을 청했고, 최종적으로 눈 뜬 시간은 9시 30분이었다. 신생아도 아니고 잠을 무슨 13시간 30분을 자....이러면서 부랴부랴 눈뜨고 요가원으로 달려갔다.
해부학으로 시작된 둘째날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어제 한 번 들었다고 그새 근육들에 대해서 알 거 같기도 했고, 선생님이 알려주신 동작들과 도반들과 함께 근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꽤 재밌게 수업을 들었다. 아! 제일 좋았던 점은 내가 약한 부위가 어깨와 손목인데 이걸 어떻게 잘 써야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잘 배우고 내 몸으로 잘 익혀 봐야지.
점심을 먹고, 대망의 아사나 시간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나는 한 껏 작아졌고, 헤맸고 허둥지둥 댔지만 그래도 어제보단 나아진 나를 발견한 시간이었다.
내가 오늘 수업 때 적었던 말 중 하나를 공유하려고 한다.
인생은 쪽팔림의 연속입니다.
사실 저는 실패와 쪽팔림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봤을 때 그 실패들과 쪽팔림이 저를 다른 길로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해요.
저의 첫 번째 실패는 수능이었는데, 수능을 잘 봤다면 좋은 대학, 목표했던 대학에 갈 수 있었겠지만, 중국 유학을 가서 또 다른 길이 열렸거든요.
이처럼 실패와 쪽팔림을 뒤돌아 봤을 때, 내가 정말 몰랐거나, 어중띄게 알았거나, 상황이 날 너무 긴장하게 만들어서 놓쳤던 부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실패들과 쪽팔림을 또 다른 길,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라 생각하고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내가 인생을 통해 느낀 경험들을 함께 나누고, 때론 나의 치부도 서스럼없이 드러내며 함께 나와 수련을 이어나갈 미래의 요기니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