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1)

by Eddie Kim

글은 나를 비추는 거울과 같아, 부끄러움이 너무 커 브런치를 지우려 했다.

그런데, 오늘 포닥 자리를 알아보며, "내가 왜 이런 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 오랜만에 머리를 비우려 하다 보니 글을 쓰게 되었다.


침대에서 도달한 내 결론은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결국 그럴 운명이었나 보다"이다.


운명의 시작은 내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학년때, 부모님은 공장을 시작하셨다.

공장에는 컴퓨터가 필수였지만, 부모님은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였고,

컴퓨터가 고장 날 때면 하교한 내 손을 끌고 공장의 컴퓨터 앞에 앉혔다.


윈도즈를 재설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업무 관련된 프로그램도 설치했어야 했는데,

프로그램들이 유럽언어로 되어있어 그걸 사전을 찾아가며 이것저것 눌러보고

부모님에게 가장 맞는 설정을 찾을 때까지 시행착오를 겪곤 했었다.


이 과정에서 공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었고,

부모님도 내가 공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셨다.

아마도 끼니를 나 혼자 때우는 거보다,

부모님이 가는 식당에서 같이 먹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보셨던 거 같다.


많은 시간을 공장에서 보내다 보니,

부모님은 시간이 나는 대로 각종 업무 프로그램을 가르치며 일을 도와달라 하곤 하셨다.

고등학교 때, 사업이 괜찮았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작은 공장에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는 건 큰 부담이었나 보다.


결국 중고등학교를 공장에서 보내며,

나는 공장의 설비를 운용하는 프로그램에서부터,

회계를 하는 프로그램까지 유지 보수를 하게 되었었고,

설비 관련 프로그램의 일부를 익히게 되었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부모님의 공장을 많이 원망했었다.

놀고 싶지만, 어릴 때부터 일해야 한다는 게 좀 납득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기간은 공학이라는 것에 감정적 거리감을 좁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싫은 공장일이 자동화 프로그램 버튼 한 번으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게 마법 같았다.

당시에 해리포터가 인기였는데, 주문을 외우면 모든 게 깔끔하게 정리되는

그런 소설 속 한 장면이 생각났었다.


결국, 그 마법이 나를 공대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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