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어 첫 시작은 병원 검진이었다. 9월을 시작하는 첫 월요일 9시에 병원문을 열고 들어 갔으니 내 가을이 병원에서 시작된다. 혹여 내 건강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달 전에 미리 잡아 놓았던 검진 날짜가 그날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미리 산소에 들린 시댁 식구들이 모였다. 며느리인 나는 시댁 식구들이 오면 마치 큰 손님을 치러야 하는 숙제 같은 기분으로 밥상을 준비했었다. 지난번까지. 이번에는 갈비 한 접시에 반찬 몇 가지로 간단하게 전날 저녁상을 집에서 준비하고, 아침은 동네 빵카페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소금빵과 커피로 대체했다. 금식을 하고 병원으로 나서기 전에 거실에 앉아 빵과 커피를 마시는 가족들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 변화에 시원한 고소함이 막 밀려온다. 뭔가 해방되어 가는 기분의 맛있는 그런 고소함말이다.
결혼해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집에 오면 아침을 과일 몇 조각이나 빵과 커피로 대체하지만 우리 부부는 꼭 삼시세끼 밥을 먹고 산다. 삼식 세끼가 우리 집의 공식임에도 자기 동생들의 아침상을 위해 카페 오픈 시간에 맞추어 (8시 반) 따끈따끈한, 방금 나온 빵 봉지에 어름이 담긴 커피 잔을 들고 들어오는 남편의 동생 사랑(?) 모습을 바라본다. 맛있다고 소문난 그 카페의 빵을 동생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나의 금식을 위해 아침준비를 하지 말라는 배려였을까?
강아지풀
브런치 개설을 한 지는 꽤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열심히 써 보고자 했던 마음이 어느 사이 헤이해 지고, 도미노현상처럼 그 느슨한 마음이 계속되며 글쓰기를 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반성한다. ㅋㅋ~ 내 생활은 언제나 반성으로 흘러가고, 반성을 바로 잡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을 지니고 사는 사람이다.
8월은 많이 더웠다는 이유로 힘들었고, 뭔가 구속되어 있는 듯한 기분은 자유로운 마음이 사라져 글쓰기 일기 쓰기가 되지 않는다. 몸이 지쳐있는데 컴퓨터마저 고장 나고 보니 그저 누워 지냈던 여름이었다. 그런 와중에 남편 따라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다. 예를 들면, 산골짜기 그늘 개울물에 발 담그고 하루 보내기. ㅋㅋㅋ~~ 지루하고 할 일 없는 기분이 들더라. 계획 없이 순간적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 따라 땡볕에 나가 걷다가 돌아와 며칠은 누워 쉬기. 힘들다. 그러나 이제는 남편과 짝짜꿍이 되어 사는 일상에 적응해야 한다.
벌써 9월이 왔다. 이 가을은 게으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마음을 다짐해 보지만, 잘 모르겠다. 검진 결과가 이상 없음으로 잘 나오길 기다리며 아름다운 가을맞이를 준비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