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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현 Oct 24. 2024

과분한 삶

나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인사

최근에 이별을 했다.


나는 보통 끝이 보이는 관계는 시작하지 않는다. 어떻게 멀어질지가 뻔히 보이는 관계를 시작하는 건 너무 소진적이니까. 그러나 나는 이번 연애를 시작할 때 끝을 보지 못했다. 내가 그간 너무 가까운 사람들하고만 어울려서 안목이 조금 녹슬었나. 조금만 잘 관찰했으면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그 상태로 관계를 시작했고 지속했으며 끝내 지속되지 못했다.


형은 내가 궁금하지 않다고 했다. 재미있지도 않고. 그 말을 듣는 내가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친구들도, 직장동료들도, 어른들도 나를 재미있어하고 궁금해하는데 내가 가장 잘보이고 싶고 매력적이고 싶은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다니.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까지 어딜가나 꽤 매력있는 사람으로 평가되어 왔다. 누구에게도 내비치지 않고 꽁꽁 숨어서 매력을 갈고 닦았던 그동안의 날들. 그 시간들을 전부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어.


지금껏 연애를 주변에 밝혀본 적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이별 후의 흔한 친구의 위로 같은 것도 받지 못했다. 그게 별로 효용이 없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번엔 그래도 적잖이 위로?를 받았다. 내 주변에 이렇게 다정한 사람들이 많구나. 다음주엔 친구집에 놀러가는 일정이 있다. 설레. 애인이 없어도 나는 이미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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