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게이남성으로 산다는 것은 말이죠,
시작하기 전, 이 글은 다소 예민한 주제이며 다량의 혐오적 내용을 함유하고 있음을 알린다.
나는 기독교가 싫었다. 물론 지금도 싫다.
게이 남성으로 한국에 살며, 수많은 혐오를 경험했다.
학창 시절엔 남자애들에게, 가족 중에선 외할머니에게, 퀴퍼에 갔을 땐 기독교집단들에게.
나는 이들로부터 나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혐오를 경험했다.
내가 여기에 있는데, 여기에 분명히 존재하는데. 어떻게 내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잘난 성경에 의하면 동성애는 엄연한 죄악이고 우린 모두 죄인이라고 외치던 그 목소리들.
상당히 혐오가 가득한 말투로 내게 게이냐고 캐묻던 같은 반 남자애.
그리고 성소수 티셔츠를 입은 나를 보고는 속닥거렸던 직장동료들.
나는 아직도 그때의 감각이 생생해.
나는 그런 혐오들을 경험한 이후로 꾸준히 기독교에 대한 반발심을 키워나갔고
외할머니가 책상 위에 교회에서 만든 동성애혐오책자를 두고 가는 사건이 발생하며 극에 달했다.
남녀의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세상에 남성과 여성만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그 잘난 성경.
우리가 모두 에이즈에 걸려 죽을 거라고 저주하던 얼굴들. 나는 혐오가 그렇게 강력한 지. 그때 알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드는 생각. 나를 혐오한다고 나도 혐오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몇 달 전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기독교가 너무 싫어. 이유가 있긴 하지만 모르겠고 그냥 너무 싫어."
기독교를 향한 나의 마음들이 사실은 전부 혐오였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내가 했던 말에서 기독교를 빼고 게이를 넣어보자. 나는 게이가 너무 싫어.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싫어. 너무 완벽한 혐오발언 아닌가.
그들의 책에 의하면 수없이 죽고 벌 받을 내가,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위협하는 세력들과 같은 종류의 혐오를 품고 있었구나. 미약하게 자괴감이 든다. 근데 난 말이야. 아직도 기독교가 너무 싫어.
이 글은 결혼에서 종교가 중요하다는 한 헤테로 여성의 말을 듣고 내 애인이 기독교인이라면? 하는 망상에서 시작된 내용입니다. 그 말을 들은 제가 이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게이와 기독교는 상극인데, 만약 게이인데 기독교라고 하면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근데 싫다. 아 모르겠어 그냥 싫을 거 같아. 나에게 그걸 강요하지 않는다 해도 나랑 있을 땐 무교인이랑 똑같다고 해도 뭔가 그냥 싫을 것 같아.(그녀는 대충 던진 말인데 혼자 망상하고 상당히 길게 대답함)
이걸 읽은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게이는 더러우니 꺼지라고 할지, 아니면 저의 혐오에 대해 질책하실지. 이 글은 정답을 발견하고 쓴 글이 아니기에 저는 이제부터 정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그 정답이란 녀석을요. 저는 모든 종류의 혐오로부터 멀어지고 싶기 때문에 이런 혐오도 원치 않아요. 그러니 우리 사랑을 합시다. do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