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그대는 오월의 제비꽃을 닮은 미인
하늘 높이 나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리
– 아이유, 「미인」
우리는 노래를 왜 들을까? 노래의 쓸모는 어디에 있을까? 지나가는 대중의 입장에서 보자면 노래는 멜로디와 반주, 그리고 가사로 구성된다. 아름다운 멜로디에 끌릴 때도 있지만, 내 마음을 혹하게 하는 것은 멜로디와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가사이다. 취향이 갈대처럼 변하는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노래에는 항상 심장을 웅웅 거리게 하는 가사가 있었다.
유독 들을 노래가 없다고 느껴지던 2025년 5월, 아이유는 「미인」을 발표했다. 아이유는 꾸준히 리메이크 앨범을 냈기에, 처음엔 그저 신중현의 「미인」을 다시 부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익숙한 멜로디의 끝에서 아이유는 어린이의 목소리를 빌려 노래한다. 아이유의 ‘미인’은 그냥 예쁜 사람이 아니다. 그는 ”하늘 높이 나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여긴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기꺼이 드러내는 ‘미인’이다.
나를 드러내는 일은 항상 어렵다. 메모장에 썼던 문장들을 세상에 내보이기까지는 수일이 걸리곤 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도 한참을 고민한 끝의 결과물이었다. 누군가의 시선 앞에 놓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명치가 쪼그라들고, 지나치게 신중해졌다. 내뱉은 단어들이 마치 나를 판단할 근거가 될 것처럼 여겨졌다. 부끄러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기까지 스스로를 끝없이 검열하는 장치 같은 것이었다.
부끄러움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마음에서 태어나는듯 하다. 그러나 누군가의 시선 앞에 선다는 것은, 동시에 ‘새로운 자리’로 나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이는 일이며, 보임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월의 제비꽃을 닮은 ‘미인’은 하늘 높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높게 높게 날아 온 세상이 나를 봐도 그는 두렵지가 않다. ‘미인’은 자신을 기꺼이 드러낼 준비가 되어있다.
나를 사랑해 주오.
제비꽃의 꽃말은 “나를 사랑해 주오”이다. 제비꽃을 닮은 ‘미인’은 “나를 사랑해 달라”는 마음을 품고 하늘로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니까, 드러냄은 “나를 사랑해 달라”는 설레면서 두려운 마음을 담고 있다. 그 마음이 서로에게 의도대로 닿지 않을까 무척 걱정되는 마음에 우리는 멈칫하여, 너무 자주 망설이곤 한다.
드러냄은 어렵다. 그래서 한번 보고 두 번 봐도 자꾸만 눈이 가는 미인은 외모가 어여쁜 사람이 아닌 , 드러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다. 끝없이 시선이 가는 아름다움은 그 사람의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이다.
이 글은 「미인」에게서 용기를 얻은, 망설임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이다. 애정하는 노랫말들을 세상에 꺼내는 작은 드러냄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하늘 높이 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