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연구일지
가벼운 마음조차 먹어지지 않아 글을 올리지 못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무섭다. 완벽함에 대한 욕심이 생산을 방해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써지는 대로 쓰려한다. 지난 7월에서 글이 멈춰있었으니 대략 4개월가량의 근황이다. 마침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논문의 투고를 마친 터라, 마음이 가볍기도 하다.
1. 학회발표
요즘 AI 시대의 미래를 논하는 학회가 정말 많다. 시의적이기도 하고, 관심이 있는 주제라 추계학술대회에도 발표자로 참석했다. 덕분에 새로운 작품과 이론을 수박 겉핥기 하듯 발이라도 담가보았다. 계보학적으로 접근하면 아주 방대할 듯 하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하다.
어차피 AI와 함께 살아야 한다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논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테다. 문학은 이제껏 무분별한 과학 기술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한 번쯤은 발을 맞춰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과 함께 어떻게 긍정적 가능성을 논할 수 있는가가 요즘의 관심사이다.
학회는 지겨운 연구 생활에 주기적인 자극을 주는 터라, 앞으로도 꾸준히 참여할 예정이다. 꾸준한 빌드업으로 박사 논문까지 발전시켜보려 한다.
2. 논문투고
작년부터 갈피를 못 잡고 있던 논문을 드디어 완성했다. 초기 구성은 내가 생각해도 특별한 점이 없는듯하여 몹시 애를 먹었다. 몇 번을 뒤엎은 끝에 완성하여 투고를 마치니, 백 년 묵은 체증이 가시는 느낌이다. 항상 짐처럼 무겁던 논문을 제출하니 참 기분이 가볍다. 심사 후에는 또 수정할 것 투성이겠지만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3. 논문구상
박사연습생에게 논문의 완성은 곧 새로운 논문의 구상을 의미한다. 내년 1월에 여유 있게 한 편 더 투고할 꿈을 꾸었으나, 꿈은 그냥 꿈이었다. 도전하고 싶은 학술지의 투고 마감이 올해 12월 31일까지라 꼼짝없이 올해 안에 한편을 더 써야 하게 생겼다.
덕분에 새로운 논문 주제를 처음부터 구상해야 한다. 이전부터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로 쓰고 싶은 주제가 있었으나, 베케트도, 차용하려는 이론도 다 공부가 많이 되어 있지 않아 단기간에 써내기엔 무리가 있을 듯하다.
시간 관계로 연구가 많이 된 작가의 작품을 선택할 듯 하긴 한데, 구체적인 구상은 아직 준비된 것이 없다. 일단은 학생들의 시험기간이니 급한 불부터 끄려 한다. 학생들도, 나도 건투를 빈다.
지난 4개월간 연구를 그리 게을리한 것 같진 않다. 정리해서 적어보니 꽤 수고했다. 일을 병행하다 보니 고속노화 빔을 맞으며 박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 이름으로 된 연구가 세상에 나오는 것은 정말 짜릿하다. 짙어지는 다크서클만큼의 보상을 늘 받고 있다고 믿는다.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대학원생들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