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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mood Sep 09. 2021

덴마크 보통의 임산부

역시 바이킹의 후예들


내가 정말 덴마크 와서 놀란 것 중에 하나는,

내가 이제껏 알고 보고 들은 임산부와 신생아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이다.


일단 내가 아는 임산부는, 주변 친구들만 봐도 알겠지만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며 일은 대부분 그만두고 집에서 태교도 하고 스트레스받지 않게 주의하면서 알뜰히 남편과 가족의 챙김을 받는 모습이다. 출산 후에는 산후조리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 또한 내가 아는 임산부의 모습이다.


또한 신생아는, 밖에 데리고 나가는 건 절대 상상불가이기 때문에 이제껏 신생아를 제대로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곳 덴마크에서의 임산부는 정말 다르다.

보통 임산부라고 해서 일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일하는 레스토랑, 인테리어 포스터 회사 모두 임산부들이 있다.

심지어 만삭이다. 평소와 똑같이 일을 하고 남들과 똑같이 생활한다. 임산부라고 해서 별 다른 점이 없다. 회사 측의 배려도 딱히 없는 것 같다.

임산부라고 따로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배를 보지 않고 서는 난 그녀가 임산부인 것도 몰랐다.

애초에 모든 직원에 대한 복지부터 노동권이 잘 보장되어 있기 때문인가?


아기 낳기 며칠 전부터 휴가를 쓰고 출산을 한다.

그렇게 아기를 낳고 1~2주 후에 다시 복귀를 하고 똑같이 일을 하고 생활을 하고 사는 친구들이 있다.

1년 넘게 휴직을 하며 즐기는 친구들도 물론 있다.

한 남자 직장 동료는 와이프가 출산을 하여 6개월간 휴가를 냈다. 

덴마크는 휴가가 자유로우니 남녀 상관없이 사정에 맞게 쉬다 와도 전혀 문제가 없다.

솔직히 일 그만둬도 덴마크인들은 실업수당이 몇 년 동안 나오기 때문에.. 정말 별 걱정 없이 자기 컨디션에 맞게 사는 거 같다.



한편 신생아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작은 신생아들을 데리고 나와서 찬바람 부는 자리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몇 시간 동안 밖에서 할 일 다 한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작은 신생아들, 주름도 가득한 신생아들을 거리낌 없이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주변이 시끄러워도 신경도 안 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다 맞으며 데리고 나온다.

심지어 추운 겨울날 유모차에 애기를 두고 자기는 따뜻하게 들어와서 커피를 마시고 있길래 아기 걱정 안되냐고 물어보니, 아기들은 원래 좀 추운데 있어야 잠을 잘자~ 이러고 말더라


우리나라 같으면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님에게 등짝 스매싱 맞을 거 같은 장면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인다.


바이킹의 후예들이라 우리랑 몸 자체가 다른가?

이렇게 생활해도 아무 문제가 없나?!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면서 임신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한국에서 사회생활할 때 꼭 들었던 말 중 하나가

결혼해서 임신하기 전까지 열심히 다니라는 .

임신하면 몸 조심하라는 말.


한국에서 사회생활할 때 임신했던 선배들 보면

육아 휴직 쓰니 바로 다른 직원 뽑아 교체되는 것.


임신하면 나가는  당연한 건가?

임신하면 최대한 움직이지않고 조용히 있어야되는건가?

임신하기전까지만 회사를 다닐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다보니,

덴마크 직장에서 임산부들보면 왜 아직도 일을 하지?

임산부가 이러면 안되는데! 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임산부인 동료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작업을 하고 있길래 너무 놀라서

넌 조심해야해! 내가 할게! 라고 하니까

너 내가 임신했다고 나를 무시하는거니? 라는 식으로 받아드려서 정말 당황했던 적이 있다.


덴마크에 와서 임산부는 내가 기존에 알던 것처럼 무조건 배려받고 안정만 취하고 아기만을 위해 자신의 삶은 뒤로 제쳐두는 그런 존재만 있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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