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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픈 제주 1

by 세렌디퍼

한 학기 동안 치열하게 살아낸 우리 세 식구에게

특별한 휴가를 내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용기 내어 제주행을 선택했다. 휴가가 짧기도 했지만 솔직히 오랫동안 내가 제주에 머물러 있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더 컸기에 1박 2일로 난 충분했다.


그렇게 우린 7년 만에 셋이서 다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2023년 12월 추운 겨울, 먹먹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떠났던 제주에서 난 혼자가 되었다. 도착한 지 삼일째 되던 날,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고 바로 새벽비행기를 타고 무시무시한 육지로 돌아와야 했던 그 밤의 공기, 바람, 햇살이 아직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의 사망추정시간은 24일 12시경이라 한다.우리가 숙소에서 셋의 여행에 익숙해져, 웃고 떠들며 행복이라 여기며 연신 카메라를 찰칵대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제주알레르기가 생겼다. 아무리 시간이 생겨도 제주도 하면 그의 죽음이 연상되며 모든 기억들을 다 끄집어내는 아픔을 당했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이 놈의 약빨이 안 듣는 것도 있더라.


잠시였지만 여기 왔었잖아, 하며 아이들에게 물으면

기억난다고 하는 아이들의 대답이 더 무서웠다. 나처럼 다 기억해내고 있을까 봐,

아빠를 인형 잃어버리듯 순식간에 잃어버린 심정,

홀연히 허무하게 사라진 당황스러움,

내가 어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의 그것과 아이들의 그것은 농도와 깊이가 다를 테니.



조심스럽게 즈려 밟으며 되새김질했다.

그렇게 천천히 흉터를 소독했다.

이미 흉이 생긴 자리에 소독은, 치유를 뜻한다.

사랑을 말하며 위로로 덮는다.


어렵사리 마주한 제주 바다를 한참 보며 기도했다.

내 삶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넘치지 않는 바다, 너처럼 관대함을 달라고.

결국엔 잔잔함으로 결말지어버리는 현명함을 갖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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