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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궁상, 그 어디 경계선에서.

시간여행자

by 세렌디퍼

주말 날씨를 계속 확인한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 때도 있고 화창했으면 하는 날도 있다. 며칠 전부터 컬리나 쿠팡을 드나들며 장바구니에 먹고 싶은 걸 담았다, 삭제했다를 반복한다.

아직 날이 더우니 무선선풍기도 며칠 전부터 충전해 놓고, 블루투스 스피커도 두 개나 충전기에 꽂아 놓는다.


바로 캠핑을 준비하는 일종의 의식들이다. 혼자 술을 마셨듯 혼자 떠나는 캠핑은 나에게 도파민을 뿜어주는 기폭제다. 여자 혼자 다니는 캠핑은 어쩌면 누군가에겐 청승 혹은 궁상이라 보일 수도 있겠으나,

나에겐 낭만 그 자체이다.


물론 친구들과 함께하는 캠핑도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 특히 평소 참았던 여러 음식들을 끊임없이 먹으며 허기진 마음도 채워지는 것 같아 무척 즐겁다.

그것과는 다르게 혼자 떠나는 솔캠은 먹는 것도, 장비도, 간소하고 미니멀하게 준비한다. 하지만 가장 무겁게 챙기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감성이다.


작고 미니멀하지만 낭만과 감성에 충실한 세팅으로 나는 또 다른 쾌감을 느낀다. 간소하게 먹는 음식도, 포만감을 금세 데려오는 마법이 일어난다.


그리고 마시는 논알코올맥주 혹은 차 한잔에 책 한 권이면 나는 그 순간 ‘엄마’가 아닌 마치 ‘쇼생크 탈출’에서 프리덤을 외치는 사람이 되어 무아지경에 빠진다. 날이 추워지면 불멍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멈추길 바라기도 한다.

음악과 조명은 감성캠핑에 필수이며, 팝도 좋고 발라드도 좋다. 조명도 호롱불이면 흔들리는 불꽃이 마음을 홀린다. 흔들리는 불꽃의 그 끝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난 어느새 10살이 되었다가 스무 살이 되었다가 미래의 할머니가 되는 시간여행자가 되곤 한다. 그렇게 찰나의 나를 만나면 그것이 나에겐 빨간약이 되기도 하고 지우개가 되기도 한다.그럼 나는 그 흔적들을 다시 만지고 다듬으며 스스로 허물을 벗고 새살을 만들어 낸다.


나에게 치유의 시간을 주는 혼캠은 재생의 컨텐츠다.

이번 주말은 어디로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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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