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움츠려 드는 것은, 비단 나의 어깨뿐이 아니겠지요.
찬바람이 불면 왜 자꾸 마음구석도 뾰족해지고, 날이 서게 되는 걸까요.
베인 곳이 더 쓰라리고,
흠집 난 곳이 더 깊이 패어지는 아픔이
유난히 찬바람이 불면 여기저기 서걱서걱 나를 자르며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게 만드네요.
그래도 무던하게 담백하게 그 동굴에서 종종 혼자 춤을 추어요.
아무도 모르게 드러나지 않게, 수줍게 발을 굴러봐요.
알 수 없는 회한으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면 또르르 굴려버리고
웃음이 나거든 환하게 웃어버려요.
웃으면서 울어버리는 능력을 가진 자, 그게 바로 우리니까요.
그렇게 동굴 속에서 한창 소꿉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앞에 봄이 찾아오고
따뜻한 바람은 꽃향기를 덤으로 가져와 다시 설레게 만들 거니까요.
그래서 그냥 지금은 그렇게 우리를 안으로 안으로 보듬어주세요.
과한 용기와 씩씩함으로 무장하지 말고, 추위에 떨고 있지만 아주 얇은 외투를 하나씩 하나씩
기워입으며 단단해지는 나를. 타다 남은 장작이 아쉬워 한참을 재가 되어버린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온기를 느끼며 행복해는 나를.
찬바람이 불면,
또 나는 나와 더 친해지게 될 거예요.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