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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픈 날이면 쓰고 싶어 질까?

by 세렌디퍼

행복한 날보다

아픈 날,

속이 아린 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은 그런 날에

쓰고 싶어진다.


나의 귀가 당나귀 귀라고

나의 혀가 세 치 혀라고

나의 두 다리가 코끼리 다리라고


온전히

숨김없이

까벗을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영광이다.


벗겨도

또 벗겨질 흉터가 남아있다는 듯

나의 흉은

겹겹이 쌓여 화석이 돼버린다.


내 안이 먼지만큼 많은 화석들로

만석이 돼버리기 전에,

써버리자.


100개 중 1개는 휘발되어 버리겠지.

차곡차곡,

때론 분노에 차, 화가 난 채 쓰인 글도

시간이 지나 다시 살펴보면 분노의 힘은 주춤거리고

텍스트만 남아

얌전해져 있더라.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치부를

기록으로 남기는 이 부끄러운 과정은


나에게 불필요한 감정을 휘발시켜 날려 보내는 식.


이미 내 안에 주인처럼 들어앉아버린

화석들이 나대지 않게,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오늘도

끄적거린다.


아마,

우리에겐 자의 대나무숲이 다 필요할지 모른다.


유의사항)내 아픔을 데려가진 마세요.

제 화석을 구경만 하세요.전염되지않고,

제 글이 위로가 되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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