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을 고이 품었다.
첫 잉태의 순간을 지나
첫 숨을 터뜨리고
나는 또다시 무한한 책임과 사랑으로
너와 함께 나는 재탄생한다.
예쁜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으며
나의 분신인 너를 살뜰히
빚고 또 빚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너는 내 안에서
세상으로 수줍지만 당당하게
뛰어나왔다.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네가,
목을 가누며
첫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하는 너를 안고 무척이나
행복에 겨웠다.
허나,
어느 날
너와 같은 얼굴을 하고
너와 똑같이 웃고
너와 비슷한 차림을 한
네가 재재소소 드러난다.
이제는
그게 너인지, 아닌지
나조차 너를 몰라본다.
이 세상 그렇게 네가 우후죽순 생겨나
나의 마음이 어지럽고 허기진다.
기어코
나는 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너를 찾으러 걷고 또 걷는다.
진짜 나의 너는 어디 있느냐.
자식 잃은 애미는
너의 이름 석자를 쓰며 실종신고를 한다.
도처에 깔린 수많은 너를 닮은 허수아비 중
진짜인 네가 나를 불러주어도
난 쉬이 너를 골라낼 수가 없다.
쌍생아처럼 네가 난무한 이 세상 속에
나의 너를 지켜주지 못해 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글자에,
나의 문장에,
나의 작품에,
다시 숨을 불어넣고 있다.
더 이상의 실종신고는 하지 않으리라 믿으며.
#브런치×저작권위원회
#응모부분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