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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21. 2021

독일에서 고장 난 남편의 핸드폰

그리워지는 한국, 로망과 현실 사이  

  가족과 함께 라인강에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독일은 5시 전에 해가 떨어지니 빨리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야 한다. 아이들은 옷을 갈아입고 나는 장 본 짐을 정리하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편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핸드폰이 안된다는 것이다. 액정이 나간 거 같다고 했다. 당장 출장도 가야 하는데 남편도 꽤 당황한 거 같았다.

  요즘 시대에 핸드폰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망가지면 바로 수리를 맡겨야 한다. 그러나 여기는 독일이다. 한국에서도 멀쩡하던 핸드폰이 여기 와서 고장이 나다니.. 사실 독일에 와서 일주일도 안돼 잘 쓰던 컴퓨터 충전기가 고장이 나서 그것도 사러 갔었다. 기계들도 나와 같이 환경에 적응 중인 거 같다.

  남편은 얼른 컴퓨터를 켰다. 시간이 없었다. 5시니 얼른 찾고 해결을 해야했다. 남편은 핸드폰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안내전화도 독일어, 컴퓨터도 독일어로 안내가 나와 우여곡절 끝에 연결이 되어 남편은 영어가 되는 안내원이 있는지 물어봤다. 겨우 영어가 되는 상담원과 통화를 하더니 끊겼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또 처음부터 전화를 걸어 연결을 시도했다. 여기와서는 쉬운 게 없다. 남편은 영어가 되는 상담원과 통화를 하며 지금 고치러 가도 되느냐 물었더니 된다고는 했다. 다행히 서비스센터는 우리집에서 차로 20분을 가면 있었다.  



남편은 맞지도 않는 케이스를 사 와서 핸드폰에 끼더니 안 맞다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보니 알파벳 2개가 더 있는 걸 사야 했다.  

  남편은 혼자 가기가 그랬는지 이미 목욕하고 잠옷까지 갈아입어 둘째와 아이유 노래에 빠져 춤을 추고 있던 큰 애에게 같이 "아빠랑 핸드폰 고치러 갈까?"라고 이야기를 했다. 큰 애는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응" 하며 간다며 얼른 옷으로 갈아입고 둘째에게 언니 갔다 올게 하고 나갔다. 둘째는 나는 왜 안 데리고 가냐고 투덜대고 엄마랑 같이 저녁 준비를 해놓고 있자고 겨우 달랬다. 사실 남편 혼자 보내는 것보다 무한 긍정인 성격의 큰애랑 같이 가는 게 더 나아 보이긴 했다.

 저녁 준비를 하면서도 걱정이 계속되었다. 한참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핸드폰을 고칠 수가 없다고 사야 한다고 했다. 같은 기종이라도 한국, 유럽,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은 액정이 달라 고칠 수가 없다고 했단다. 당장 출장도 가야 하고 일도 많으니 핸드폰을 사서 오라고 조심히 오라고 이야기를 했다.

  얼마 지나 핸드폰을 사서 간다고 전화가 왔다. 큰 애는 밝은 목소리로 "엄마 우리 핸드폰 샀어. 케이스도 샀어. 지금 출발해" 라며 전화를 끊었다. 다행이었다.


다행히 요즘은 핸드폰을 사면 바로 자료가 넘어갈 수 있다.  이 충전기를 내가 갖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정말 급하게 달려가 산 핸드폰 케이스. 이번엔 핸드폰 기종을 사진으로 찍어갔다. 이게 10유로이다. 링은 3유로. 싼 게 없다. 그래도 사서 다행이다.

  남편과 큰애가 집에 도착했다. 큰 애는 성격이 밝아 이런 상황을 모험담처럼 재밌게 이야기를 해준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능력을 가진 거 같다.

  남편도 아까와는 다르게 좀 안심이 되었는지 빨간색 케이스를 보여주며 케이스도 샀다며 표정이 좋아 보였다. 남편은 핸드폰을 풀어 끼더니 케이스와 핸드폰이 안 맞았다. 기종에 FE 알파벳 2개가 더 붙어 있어야 했다. 남편이 꽤 꼼꼼한 거 같은데 이런 부분에서는 아닌 거 같다. 우리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러더니 다시 큰 애 이름을 부르며

  "00아 핸드폰 케이스 사러 가자! "라고 이야기를 했다. 큰 애는 바로 잠바를 입고 배고프니 감만 입에 좀 넣고 간다고 하고 남편과 나갔다. 다시 둘째는 남아 왜 나는 안 데리고 가냐고 투덜대고 너무 배가 고프다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아이유노래를 들으며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서 핸드폰 케이스와 링을 사서 돌아왔다. 8시가 되어 상점들은 다 닫고 역 주변에 터키 핸드폰 가게에서 샀다고 한다. 10유로를 주고 샀다고 한다. 이 투명케이스를 10유로에 주고 사다니.. 한국이 그리운 순간이다. 그래도 동네에 걸어서 핸드폰가게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남편이 케이스를 사러 간 사이에 핸드폰 정보들은 새 핸드폰에 넘어갔다. 이제 사용하던 핸드폰은 한국 가서 고치자고 했다.  

 


   얼른 나는 다들 배가 고프니 밥을 먹자고 했다. 시계는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븐에 트러플 오일 스테이크를 해놨는데 하도 오래되어 고기가 조금 질겨졌다. 그래도 맛있다고 다들 잘 먹어줬다.

   나는 밥을 먹으며 그래도 토요일 5시 정도에 고장 나서 급한 대로 핸드폰을 산 게 어디냐며 내일이었으면 더 큰 일이었고 밤이었으면 살 수도 없었을 거라고 이거라도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케이스랑 링까지 샀으니 더 다행이라고 했다. 남편도 다행이라고 했다.

  독일에 와서 54일에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항상 감사와 다행이라는 생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한국에서 생기지도 않았던 일들이 계속 생기고 해결해나가고 있으면서 해결이 되는 건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지난번 독일어 강사 강의를 들었는데 오늘은 강사의 말이 기억이 나는 하루였다. 외국생활이 로망이 있어 보이고 좋아 보이지만 삶은 현실이라고.. 오늘은 라인강을 갔다 와서 멋진 독일의 풍경을 느끼고 왔다 핸드폰 고장으로 다시 독일어의 벽과 익숙하지 않음의 현실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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