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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Dec 02. 2021

한국인은 역시 치킨이지

친구 초대 준비 연습

  둘째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다고 했다. 독일에 와서 오븐 간장 닭다리 요리는 몇 번 해줘서 즐겨먹는 메뉴가 되었는데 갑자가 치킨이라니.. 한국에서도 잘 안 먹던 치킨이 왜 독일에 와서 먹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인하면 치킨 아닌가. 나는 둘째의 말에 엄마가 치킨에 도전해보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남편은 그냥 사 먹으라고 뭐하러 귀찮게 하냐고 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디서 시키는지도 모르고 아이들도 독일에서 적응을 잘해주고 있어 고맙고 남편도 일하느라 고생하고 있어 특별식으로 치킨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열심히 유튜*로 치킨 만들기 영상을 공부했다. 다른 재료는 집에 다 있는데 옥수수가루가 없었다. 없으면 사러 가면 된다. 나는 독일어 사전에서 감자가루와 옥수수가루를 검색했다. 발음을 외우고 가서 찾다가 모르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면 된다. 아직도 독일인들 앞에서 물어보는게 살짝 떨리지만 당당히 물어보며 사고 있다. 덕분에 몇 가지의 문장은 완벽히 외웠다.  

  나는 마트를 가면서 이번에는 감자가루도 같이 사겠노라 다짐했다. 내가 본 치킨 만들기 영상에는 감자전분가루는 필요 없었지만 지난번 해물 누룽지탕을 했는데 감자전분가루가 들어가면 맛있겠다 싶어 찾고 있던 터였다. 내가 자주 가는 독일 마트에는 감자전분가루와 옥수수가루가 없었다. 쿠킹 코너에 가면 독일 아주머니들이 많이 계셔서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나는 15분 걸어 더 큰 마트에 도착했다. 가다가 중간에 한인마트가 나오지만 독일어도 공부하고 독일 감자전분가루와 옥수수가루를 알고 싶어 독일 마트로 향했다.


아침 7시 50분인데 어둡다. 하지만 마트는 열려있다.
요리코너이다. 나는 여기서 감자전분가루와 옥수수가루를 샀다.

  역시 큰 마트는 종류가 더 많다. 감자전분가루가 어디 있는지 몰라 점원에게 Wo ist Kartoffelmehl?(감자전분가루 어디 있나요?) 물어보니 위치를 알려준다. 드디어 찾았다. 이제 옥수수가루만 찾으면 되는데 옥수수 단어는 아는데 감자전분가루처럼 크게 안 쓰여있었다. Maismehl(옥수수가루)로 찾았는데 작게 쓰여있는 게 있어 이게 맞나 싶어 두리번거리다 독일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러 갔다.

  Entschuldigen Sie.(실례합니다.). Darf ich Sie etwas fragen?(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라고 한 후  Ist das Maismehl?(이게 옥수수 가루가 맞나요?) 했더니 맞단다. 드디어 찾았다. 이제 집에 가서 치킨만 만들면 된다.

이젠 어느 정도 독일 음식재료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닭을 미리 소금, 설탕, 파 등에 재워놓으라고 해서 새벽 5시에 미리 재워놨다. 6시간에서 12시까지 재워 놓으라고 해서 나는 9시간을 재워놨다. 영상을 보고 순서를 종이에 적어놓고 순서대로 했다. 사실 치킨은 한국에서도 한 번도 안 해봤다. 실패하면 어떡하나 떨리긴 했다.

  독일에 오기 전 주재원 배우자 연수를 온라인으로 들었는데 외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뭘까요?라고 했을 때 나는 손을 들고 치킨이라고 대답을 했다. 정답이었다. 외국인들이 좋아한단다. 내가 먹어도 맛있는데 역시 입맛은 다 같은 거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 나중에 아이들이 친구들을 사귀어서 집에 초대를 하면 치킨을 해볼까? 하고 생각을 했었다. 한국에서는 직장생활을 한다고 친구들을 집에 초대를 해본 적이 큰 애 유치원 때 딱 한 번 있었다. 그 후 한 번도 없었다. 늘 아이들에게 그런 부분이 미안했다. 독일에 와서 내가 집에 있으니 아이들이 친구를 초대하고 싶다면 원 없이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치킨 만들기 연습을 해보고 능숙해지면 아이들 친구들에게 해줘야겠다.

  유튜* 치킨 영상 레시피대로 했는데 성공적이었다. 진짜 맛있었다. 독일에 와서 인터넷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정보의 중요성을 한 번 더 느끼며 너무 뿌듯했다. 물론 기름이 다 튀고 부엌이 지저분해졌지만 치킨이 완성되고 나니 뿌듯함은 말할 수 없다. 이제 아이들이 친구를 초대한다고 하면 무조건 치킨이다.  

양념치킨 양념까지 완성했다. 찍어먹으면 된다.
진짜 맛있었다. 나에게 음식 DNA가 이 정도로 있는지 몰랐다.

  아이들이 학교를 끝나고 집에 왔는데 무슨 냄새냐며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엄마가 치킨을 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큰 애는 점심을 맛없게 먹어서 배고팠다며 얼른 손을 닦고 앉아 다리 하나씩을 잡고 먹었다. 아이들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한 순간이다. 물론 음식을 하면서 작은 냄비에 닭다리를 하나씩을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려 기름 냄새에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아이들이 맛있다며 엄지 척을 하며 너무 잘 먹어줘서 머리 아픈 건 금세 괜찮아졌다.

역시 감자전분가루가 들어가야 해물 누룽지탕이 맛있어진다.



  감자전분가루 산 김에 해물 누룽지탕을 해놨다. 남편도 감기가 기운이 있다고 해서 보양식을 해주고 싶었다. 음식 만들기를 하며 내 손은 거칠어지지만 가족들이 너무 맛있게 먹어줘서 행복할 따름이다.

  얼른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아이들 친구들도 초대하고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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