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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Dec 31. 2021

한국인은 음식에 진심이다

음식을 유튜브로 배우고 있습니다.

   나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한국에 있을 때 남편이 주말마다 집에 오면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나처럼 떡볶이에 진심인 남편과 함께 양념들을 하나씩 넣어보며 입맛에 맞는 떡볶이 소스를 만들곤 했었다. 그러나 독일에 와서 떡볶이를 한국에서 처럼 자주 해먹을 수가 없었다. 떡볶이 떡 가격이 한국보다 비싸 매번 사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한국에서 독일을 갈 때 떡볶이 떡을 빼서 얼려주겠다고 가져가라고 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독일에 와서 살면서 내가 그런 망언을 했다니 후회스러웠다. 독일에 와서 떡과 비슷한 식감을 찾으려 했지만 역시 떡은 떡이었다. 그러다 문뜩 생각이 났다. 집에 쌀가루며 밀가루가 집에 이렇게 많은데 내가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 빵을 만들어준다고 밀가루며 쌀가루, 전분가루 등등 음식 창고에 잔뜩 쟁여놨다. 한국에서 안 해보던 빵도 만들고 있는데 떡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독일에 와서 음식을 유튜브로 배우고 있다. 유튜브에는 안 나오는 음식이 없다. 정말 떡 만들기를 검색해보니 나온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오늘 아침에 남편이 아침을 먹으며 오늘은 집에 모처럼 일찍 온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럼 내가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떡볶이를 해줄까라고 물었더니 남편은 좋다고 했다. 나는 남편에게 내가 직접 떡을 만들어서 해주겠노라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그냥 떡은 사 먹는 게 좋은 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거기에 납작당면까지 해서 넣어주겠다고 했다. 음식 만들기는 유튜브에 거의 다 나오기 때문에 2~3번 정도 보며 순서를 달달 외우면 된다.

  남편에게 떡과 당면을 만들어보겠다고 말은 그렇게 당당히 하고 한편으론 아이들이 지금 방학이라 종일 집에서 한국 공부를 봐주며 때가 되면 음식을 만들어서 해주고 문제집 채점까지 하면서 떡과 당면을 만들어서 해주겠다고 말한 게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긴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독일에 와서 한국에서 내가 해주던 소떡소떡을 먹어보고 싶다고 몇 번을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 기회에 내가 떡을 만들 줄 알게 되면 떡을 안 사도 집에서 해줄 수 있으니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싶었다.

  나는 쌀떡을 해주고 싶어 찹쌀가루를 찾아다녔지만 우리 동네 마트에는 없어 하는 수 없이 집에 있는 밀가루로 밀떡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밀떡은 밀가루 400g에 소금을 1/2숟가락 넣고 섞고 물을 조금씩 넣으며 반죽을 해준다. 열심히 치대고 냉장고에 2시간을 넣어두면 된다. 나는 그 사이 납작당면에 도전했다.

  

납작 당면.. 전분가루가 투명한 당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납작당면은 전분가루와 물을 1:1 동률로 하여 열심히 섞어 접시에 얇게 펴준다. 나중에 잘 떨어지게 하기 위해 기름을 조금 발라줘도 좋다. 그리고 전자레인지 뚜껑을 덮어 1분 정도 돌리고 빼서 찬물에 담아 빼면 된다. 여기서 찢어지지 않기 위해 접시 뒤에도 찬물로 식혀주어야 한다. 그렇게 여러 번 돌려 당면을 만들었다. 납작당면을 전자레인지에서 빼며 찬물에 하나씩 담가 얇은 면을 빼는데 이걸 왜 한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직 손에 익숙지가 않았다. 그러나 초집중력을 발휘하여 얇은 당면을 접시에서 빼내 잘라 납작당면 모양을 만들었다.

  내가 찬물에서 하나씩 당면을 빼고 있는데 자꾸 둘째가 와서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러 왔다. 나는 둘째에게 엄마 지금 심각하다. 나중에 오면 안 되겠니.라고 이야기하자 둘째가 자기도 지금 문제의 답을 몰라서 심각하단다. 중국 당면 찬물에서 빼랴 문제집 문제 봐주랴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납작당면이 만들어지고 나는 냉장고에 2시간 숙성된 밀가루 반죽을 꺼냈다. 나는 열심히 밀대로 밀어 칼로 잘라 끓는 물에 20분 정도를 삶았다. 독일은 물에 석회질이 많아 브리타로 물을 내려야 하는데 물을 삶을 때 미리 많이 내려놔야 한다. 여간 귀찮은 작업이 아니다.

  칼로 자른 밀떡은 끓는 물에 20분 열심히 삶는다.

  삶은 밀떡을 건져 미리 준비한 찬물에 씻어 냉장고에 비닐팩에 담아 30분 정도 숙성한다. 그럼 쫀득쫀해진다. 처음 만든 떡치곤 정말 떡 맛이 났다. 모양도 떡 모양이다. 음식 유튜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떡볶이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거기에 당면까지 들어가니 꿀맛이다.

  나는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설탕 등등을 넣어 떡볶이 소스를 만들고 만든 여기에 집에 있던 어묵과 미리 삶아놓은 계란, 내가 만든 당면과 밀떡을 넣어 떡볶이를 완성했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짜장 떡볶이까지 완성했다. 사실 당면과 떡을 만들며 앉아보지 못하고 작업이 이루어졌다. 힘들었다. 이걸 왜 한다고 했나 하면서도 혹시 이렇게 까지 만들었는데 맛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떡볶이가 완성되고 남편과 아이들이 너무 맛있다고 먹어주니 엄청 뿌듯했다. 당면 만들기에 자신감도 붙었다. 정말 당면의 맛이 났다. 신기했다. 밀떡은 모양만 더 예쁘게 빚으면 될 거 같다.

  아이들은 이제 엄마 소떡소떡도 해줄 수 있을 거 같다며 좋아했다. 나는 아이들에 엄마가 찹쌀가루만 구하면 쌀떡으로 소떡소떡도 해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해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나는 독일에 와서 가족들을 위해 모든 음식을 다 만들어서 해주고 있다. 시켜먹을 곳도 없고 한식을 파는 곳도 많이 없기 때문에 계속 가족들이 원하는 음식들을 찾아보고 내 것으로 만들고 있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유튜브를 많이 보지 않았는데 여기 와서 유튜브를 보며 음식을 배우고 있다. 이런 거까지 만들 수 있나 하고 검색을 해보면 한국 음식 유튜버들의 음식 영상들이 너무나도 자세히 잘 나와있다. 역시 한국인은 음식에 진심이다.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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