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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an 15. 2022

주부 9단에 진입하다

김장은 아니고 맛김치 할 줄 아는 엄마

눈이 내렸다.  나무가 온통 하얗다.

  지난번 깍두기를 완성하고 나서 큰 애가 너무나 잘 먹어주고 있어 고마워하고 있을 때쯤 둘째가 자기는 김치가 너무 먹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김치전도 잘 안 먹었는데 지난번 남편한테 해준 김치전을 먹더니 너무 맛있다며 이번에 김치찌개도 먹고 싶고 김치도 먹고 싶고 김치 타령 중이었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 엄마가 오늘 김치를 해놓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김치는 절이는 게 어려울 거 같아 도전을 꺼려했는데 둘째가 먹고 싶다는데 배워서라도 해줘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사 먹는 게 제일 편하지만 가격도 가격이고 이번에 내가 김치를 배우면 독일에 있는 동안은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해줄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는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나는 마트로 향했다. 역 근처 마트로 항하며 휴지 세일하는 마트까지 들릴 생각에 가방도 많이 준비해 갔다.

  오늘은 어젯밤부터 눈이 내려 온통 나무가 하얀색으로 뒤덮였다.



   마트에 있는 배추를 4포기를 사고 20개 들어있는 휴지까지 사니 생각보다 무거웠다. 자전거를 타고 갈까 했지만 자전거 뒤에 다 싫을 수 없을 거 같아 걸어가기로 했는데 걸어오다 보니 자전거를 탈 걸 그랬다 싶었다. 집에 오고 나서 무를 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냥 무대 신 파를 쓸어 넣을 생각으로 김치를 시작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재료로 하면 된다.

  처음에 김장처럼 할까 고민했지만 절이는 시간도 길고 배추를 쓸어 맛김치로 하기로 했다. 독일 마트에서 배추를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지 모른다. 나는 지난번 쌀떡을 만든다고 찹쌀가루 산 것이 있어 그걸로 풀물을 만들고 고춧가루를 넣어서 고춧가루 풀물을 만들어놨다. 배추를 잘라서 절이니 생각보다 빨리 절여졌다. 이대로라면 아이들이 학교를 갔다 오면 김치를 해놓을 수 있겠다 싶었다.

  김치가 절여지는 동안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파절이도 해놓고 조개와 감자볶음도 해놓고 배추 다듬다 남은 배추 잎사귀로 배춧국도 끓여놓았다. 배추는 버릴 게 없는 채소인 거 같다.

맛을 보니 김치 맛이 난다. 신기하다. 남은 양념은 다 먹어 가는 깍두기를 할 때 쓸 생각에 냉장고에 소중히 담아놨다.
한동안은 김치로 김치전, 김치찌개를 넉넉히 해줄 수 있을 거 같다.
김치하는 김에 애들이 좋아하는 한국 반찬까지 만들어놨다.

  절여진 배추와 속을 잘 버무리니 맛있는 김치가 되었다. 포기로 하는 것은 자신이 아직 없는데 맛김치는 할 수 있었다. 깍두기에 이어 맛김치까지 나는 이제 주부 9단에 진입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갔다 와 너무 맛있게 저녁을 먹어주니 오늘 김치를 하고 맛있는 반찬들을 만들어놓은 게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김치가 익으면 둘째가 원하면 언제든지 김치전, 김치찌개 등 다양한 김치요리를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독일에 와서 나는 계속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언어든 요리든 아직은 서툰 부분도 많이 있지만 엄마로서 성장하고 있다. 독일에서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도 계속 성장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오늘은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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