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생을 살면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은 얼마나 많을까.
그러나 그 많은 이름들 가운데, 진정으로 내 삶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내어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사회 속에서 관계는 피할 수 없는 의무처럼 맺어진다.
겉으로는 서로 알고 지내지만,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오지 못한 채 ‘아는 사람’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곤경 속에서 피할 길조차 보이지 않을 때—
그 순간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어주고 피난처가 되어줄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가정의 울타리마저 느슨해진 시대에,
정작 가장 절박한 순간에 나를 지켜줄 사람을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도 찾기 어려운 때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깊이 안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 알고 지낸다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을 내 인생에 초대하는 일,
어쩔 수 없는 관계가 아닌 능동적이고 진실한 관계로 서로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일이다.
기쁨과 고난을 함께 나누고, 때로는 서로에게 피난처가 되어주는 관계.
그런 사람과 함께할 때 우리는 비로소 ‘동행’이라는 단어의 깊이를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묻게 된다.
오늘 나는 누구와 함께 걷고 있는가?
나는 누구에게 의지하고, 누구를 믿고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길을 잃을 때 바로잡아주고, 피할 수 없는 환난 속에서 나를 지켜줄 이는 누구인가?
그 사람을 찾았다면, 그와의 관계에는 조건이 있을 수 없다.
"네가 이럴 때만 내가 너를 지킬게"라는 계약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너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언약이어야 한다.
그 언약 안에서 그는 나를 지키고,
나도 그에게 온전히 의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를 결코 버리지 않을 분—
어떤 순간에도 신실함을 잃지 않으시는 분을
삶의 동행자로 삼는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세상에 누군가가
"어떤 고난이 와도 너를 지켜주겠다"
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그 믿음 하나만으로도 이 세상을 살아갈 큰 힘이 된다.
그리고 그런 변치 않는 사랑 앞에서
나 또한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헌신하며 사랑하게 된다.
내가 먼저 사랑을 고백하고 믿음으로 다가갈 때,
그분은 이렇게 약속하신다.
“산들은 옮기고 언덕들은 흔들릴지라도 내 인애는 네게서 떠나지 아니하며
내 평화의 언약은 흔들리지 아니하리라.”<이사야 54:10>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그가 나를 사랑한즉 내가 그를 건지리라 그가 내 이름을 안즉 내가 그를 높이리라 그가 내게 간구하리니 내가 그에게 응답하리라 그들이 환난 당할 때에 내가 그와 함께 하여 그를 건지고 영화롭게 하리라. 내가 그를 장수하게 함으로 그를 만족하게 하며 나의 구원을 그에게 보이리라 하시도다. <시편 91: 1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