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리터러시 : 열세 번째 이야기
수익이 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까?
최근 부동산전문가가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공공건물을 수익이 적으니 허물고, 그 자리에 K-아레나 공연장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 논리라면 이 땅에 남아있을 건물이 얼마나 될까. 당장의 흑자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학교도, 도서관도, 미술관, 공연장도 버티기 어렵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계층, 소득, 배경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공의 문화시설이다. 문화·예술·학문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이 자라며, 궁극적으로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
도서관의 책, 전시장의 경험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사실 민간기업조차도 오프라인 매장을 수익만을 바라보며 운영하지 않는다.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는 이유는 장부에 남는 이익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위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운영한다.
공공기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이 열린 공간에서 시민들은 세계적인 전시와 예술을 접하고, 도시 속에서 문화와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누린다. 수익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적 자산이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이것이 복지다.
앞으로 기업들은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 있는 무대를 찾고 있다. 문화공간이자 창의 플랫폼 같은 공공기관을 허문다는 것은 곧 그 무대를 버리는 것이며, 이는 산업적 가치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공간은 감성의 영역을 넘어 창의성을 키우고, 새로운 산업을 낳고,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지탱하는 토양이다.
그곳은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열린 광장이다. 아이에게는 꿈이 자라는 곳이고, 노인에게는 외로움이 덜어지는 쉼터이며, 우리 모두에게는 서로를 만나는 창이다. 전 세계인의 다양한 문화를 만나는 곳이다.
지금과 같이 격차가 커지는 사회에서 시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어야 사회문제를 줄일 수 있다. 문화는 몇몇의 사치가 아니라 모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공간을 지키는 일은 복지를 새롭게 쓰는 일이며, 사회를 더 단단하게 세우는 일이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수익이 나지 않으니 문을 닫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가치로 경험하는가.”이다
숫자에 갇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존중할 때, 도시는 비로소 시민의 품격을 향상하고, 풍요로운 삶을 함께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