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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20. 2024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4-01-20b)

Ep 46 천신만고 끝에 껑러 동굴 마을 도착

드래건 동굴에서 나와 식당에서 볶은밥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나힌이 나오면 좌회전을 해야 한다. 얼마 가다 보니 지금까지 좋았던 길이 험해지기 시작힌다. 중간중간 비포장 도로가 나오고, 포장도로도 손상된 부분이 많다. 진땀이 난다. 이런 구간이 거의 10킬로쯤 계속되다가 다시 길이 좋아진다.


길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뿔싸! 배터리가 나가기 일보직전인 것 같다. 화면이 깜깜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제 구글 지도를 사용할 수 없다. 물어물어 가야 한다. 라오스에서 제일 불편한 것이 도로표지판이나 길안내판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가면서 갈림길만 나오면 멈춰 서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곳이 많으며, 또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발음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외국인과 접촉 경험이 거의 없었던 사람들은 무엇이 물러보려고 말을 걸라치면 듣지도 않고 모른다고 손부터 흔든다.


정말 물어물어 껑러 동굴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깡러” 동굴을 묻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내가 “껑러”라고 발음을 하면 ‘꺼’에 엑센트가 들어가는데, 라오스 사람들은 “껑로이” 비슷하게 발음하며 ‘로’에 엑센트가 들어간다. 센스가 있는 사람들은 내가 “껑러”라 해도 알아듣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면 내가 “깡러”, “꽁로”, “껑러이”, “꽁로이” 등으로 비슷한 발음을 모두 말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렇게 물어물어 껑러 동굴이 있는 마을을 찾아가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 이 길 역시 가다 보면 갈림길이 수시로 나온다. 가다 보니 또 공포의 비포장길이 나온다,  다행히 3킬로 정도 가니 다시 포장도로로 바뀐다. 

가다 보니 길이 50미터 정도가 조금 넘는 나무다리가 나온다. 그런데 이 나무다리는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바퀴 간격으로 두 줄의 판자를 깔아놓았다. 판자의 폭은 약 1미터 정도 된다. 오토바이로 다리를 건널 때는 이 폭 1미터의 판자 위로 가야 한다. 여기서 벗어나면 잘못하면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일반 도로에서는 폭 1미터의 길을 똑바로 가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 막상 폭 1미터의 판자를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하니까 똑바로 가기가 어렵다. 자칫하면 판자를 벗어나기 쉽다. 진땀을 흘리며 다리를 건넜다. 판자를 벗어날 뻔한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가다 보니 이런 나무다리가 또 나온다. 이번에도 조심조심 겨우 건넜다. 오히려 그냥 과감하게 오토바이를 달려버리면 쉽게 건너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일부러 조심한다는 것이 다리를 건너는 것을 더 어렵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두 번째 나무다리를 건너 한참을 가니 이번에는 길이가 거의 100미터쯤은 돼 보이는 나무다리가 또 나타난다. 도저히 안 되겠다. 내려서 오토바이를 끌고 다리를 건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내 뒤로 차와 오토바이들이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화가 날 만도 한데, 내가 무사히 지나도록 아무 말 않고 기다려주었다. 

이곳에는 소를 많이 키우는 것 같다. 농가 마당에도 소, 추수가 끝난 논에도 소, 도로 위에도 소, 온통 소 세상이다. 집집마다 소를 키우지 않는 집이 없어 보인다. 주위의 논들은 추수가 끝나 누런 빛을 띠고 있다. 그런데 조금 달리다 보니 갑자기 넓은 벌판이 푸른색으로 바뀐다. 방금 모내기를 끝낸 것이다. 한쪽에 있는 논은 방금 추수를 끝냈고, 그 옆에 있는 논은 새로 모내기를 하였으니 묘한 대조를 이룬다.   


중간에 갈림길이 보이길래 옆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음료수를 한 병 주문한 후 길을 물었다. 껑러 동굴 근처 마을에 가면 숙박할 적당한 곳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때 옆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던 두 남자가 우리말로 마을에 숙박할 곳이 많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알고 보니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는 50대 중반의 남자이다. 그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그들은 한국에서 하노이로 와서 거기서부터 국경을 넘어 여기까지 자전거로 왔다고 한다. 베트남 서부와 라오스 동부 지역은 모두 산악지대로서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그런데다 성한 길이 제대로 없다할 만큼  도로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러한 길을 자전거로 왔다고 하니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을 보니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다시피 하고 있는 친구 생각이 난다. 함께 맥주라도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서로 길이 바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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