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
- 커피는 무조건 집에서 카누.
정 밖에서 먹어야 한다면 1500원-2000원 저가 브랜드 커피만 고집하던 아빠는
사실 스타벅스를, 스타벅스 돌체라떼를 좋아한다.
- 병원을 방문할 때 아빠와 종종 스타벅스를 간다. 물론 그냥 가자고 하면 절대 안 간다.
“나 스타벅스 공짜 쿠폰 있어.” 없어도 있는 척해야 갈 수 있다.
처음엔 뭐 하러 비싼 돈 주고 먹냐며 꼼짝 않고 버티던 아빠의 발걸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주문.
“나 스타벅스 공짜 쿠폰 있어.”
- 카누만 먹어서 아빠가 당연히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는데 아빠가 갑자기 “여기 달달한 것도 있나?”라고 물어보았다.
뭘 시켜줘야 고민하다 아빠에게 돌체라떼를 시켜주었다.
만족스러웠는지 그다음부터 아빠에게 [스타벅스 = 돌체라떼] 라는 공식이 생겼다.
- 좋아하는 돌체라떼를 먹이기 위해선 내돈내산이어도 무조건 쿠폰 있는 척 연기를 해야 한다.
연기력이 나날이 늘어간다.
- 아빠가 정말 노잼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가족끼리 모여있을 때도 좀처럼 리액션이 없는 사람이니까. 근데 아빠는 입원실 사람들과 꽤 수다스럽게 지낸다.
- 입원해 항암 치료를 받는 날. 아빠가 항암 약이 들어가면서 폐부분이 아팠는지 대뜸 간호사에게 “약 들어가니까 지금 여기서 전쟁이 일어나는 거 같아요 허허허” “지금 막 폭격 퍼붓고 난리 났어~” 라며 실없는 소리 늘어놓았다. 아빠가 누군가에게 저런 농담을 하는 걸 처음 들었다. 노잼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꽤 적당히 수다스러운 사람이었구나 놀라면서도 동시에 좀 서운했다. 나한텐 저런 말도 안 했으면서.
- 하지만, 다행히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지며 나와도 적당히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 "우리 아빠 말이 너무 많아"라는 불만이 생겨도 좋으니, 지금처럼 계속 이야길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부끄럽게도 아직 아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두 가지뿐이다.
여름이 지나기 전에 조금 더 아빠를 관찰해 보아야겠단 목표가 생기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