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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영 Jul 11. 2024

06. 항암 치료 시작. 이겨내자 아빠

아빠는 항암을 시작했다.


화학항암제 두 종류와 면역항암제 한 종류.

총 세 종류의 약을 함께 사용.

3주 텀으로 4회의 항암을 진행하는 플랜.


✓  면역항암제는 3세대 항암제라고도 불리는데,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용.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관계를 파악하여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항암제이다. 독성과 내성의 문제, 부작용이 현저히 적은 것이 장점이지만, 암세포의 적용할 수 있는 환자가 제한되어 있다.


✓ 면역항암제와 화학항암제를 같이 사용하는 병용요법은 치료 반응률을 높이고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아빠는 면역항암제 중 '키트루다'라는 약물을 사용하게 되었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그 비용을 온전히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약물이라고 했다.

항암에 1회에 500만 원. 4회 항암을 진행하면 총 2,000만 원의 비용이 나오게 된다. (다행히 키트루다 제약회사 쪽에 세부내역서를 보내면 비용의 30% 정도를 환급해 준다.)


진료실에서 가격 이야기를 들은 아빠는 움찔했다. 가격이 뭐 그렇게 비싸냐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진료실을 나와서도 너무 비싼 것 같다고,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하냐고 한숨 섞인 걱정을 늘어놓았다.

빚 갚느라 노후 대책은커녕 딸들 시집갈 때 보태줄 돈도 없다며 항상 죄스러워하던 부모님이었다. 이제 본인의 암 치료비까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나는 눈치였다.

"그럼 돈 아까워서 치료를 안 해?"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이 툭 튀어나왔다. 아빠에게 짜증이 났다기 보단 아픈 와중에 돈부터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그리고 아프면 다 돈이라는 말이 조금 실감이 났다.




항암 치료는 1박 2일 스케줄로 이루어진다.

전날 입원해 컨디션을 보고 다음날 오전 ~ 이른 오후 항암 주사를 맞고 퇴원한다.


항암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이 났다. 정맥 주사로 3가지 약물이 들어가는 데 총 2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첫 항암이라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은 우리 부녀는 간호사가 올 때마다 이건 무슨 약인지, 이건 왜 맞는 건지 등 폭풍 질문을 했다. 겉보기엔 그냥 영양제 정도 맞는 것 같았다.

아빠는 첫 항암을 씩씩하게 맞고 병원 밖으로 나섰다. 우리는 퇴원하는 길에 근처 카페에 들러 나란히 음료를 손에 들고 햇빛을 만끽하기도 했다. 아빠가 잘 이겨낼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드는 퇴원길이었다.


하지만, "첫 항암인데 꽤 순조롭네?"라고

입방정을 떤 것이 화근이었을까?


퇴원 후 밤부터 아빠는 울렁거림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울렁거림&오심&구토 등의 부작용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지만 꽤 심각했다. 부작용을 막기 위한 마약 패치를 붙이고 약을 먹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열도 끓어올랐다 내리길 반복했다. 아빠는 첫 항암 후 거의 4-5일 정도 누룽지와 물만 먹으며 생활했다. 항암에 도움이 되는 식단을 준비한 엄마의 노력이 무색하게 아빠는 정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우리 가족은 언제든 응급실로 달려갈 준비를 해두고 매일 밤 선잠에 들기를 반복했다.


아침, 점심, 저녁 아빠가 먹을 수 있게 누룽지를 끓이는 게 내 일이었다. 오늘은 한 숟가락이라도 더 뜰 수 있길 바라며. 누룽지를 냄비에 넣고 물을 붓고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항암은 체력전이라는데, 항암 하면서 식단 관리도 하고 운동도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아빠를 재촉할 수도, 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저 앙상한 팔의 아빠가 항암을 버틸 수 있을까? 이겨낼 수 있을까?


잠이 든 아빠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미동도 없이 잠에 빠져있었다. 평소엔 아파트가 떠나가라 코를 골던 아빠였는데, 오늘은 코 골 힘도 없는 듯 조용히 누워있었다. 저 가녀린 몸 안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부디 암세포와의 전쟁을 무사히 승리하길.


아빠, 나는 내가 할 일을 찾아서 하고 있을게.

이겨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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