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시골 마을, 참새를 잘 잡기로 소문이 난 사내가 있었습니다. 그의 직업은 포수였습니다.
참새, 비둘기, 메추라기 같은 새들을 시장에 팔아 생계를 유지했고, 남은 새 깃털들을 모아 옷을 만들어 입거나 모자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온종일 새 생각뿐이었습니다. 가정이 있지만 주로 산, 들, 숲에서 홀로 새들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반면 아내는 늘 혼자 남겨져 있어야 했고, 하루 일과는 남편을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어둑해질 때가 되어서 남편이 귀가하면 그때서 뒤늦게 저녁 식사를 준비할 뿐이었습니다.
지루한 생활을 견디지 못한 아내는 야밤에 몰래 도망쳐나옵니다. 아침이 되어서 아내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챈 그는... 일단 어제 먹고 남은 밥을 우걱우걱 씹어먹습니다. 그리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부스스한 얼굴로 기지개를 켜고 스트레칭을 하고 장비들을 챙기고 어제 마저 잡지 못한 산비둘기를 사냥하기 위해 산으로 오릅니다.
그는 무릎 높이의 풀숲에 엎드려 매복합니다. 눅눅한 흙냄새와 함께 비릿한 풀냄새가 올라옵니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꺼끌한 무언가가 그의 눈을 간지럽게 합니다. 산비둘기가 멍청한 눈으로 나뭇가지를 쪼아대고 있습니다. 새총을 꺼내고 Y자 고리에 탄탄한 고무줄을 잡아당겼습니다. 그런데 문득.. 저 비둘기의 눈망울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희극의 파편」은 단편, 장편 희곡 중 재미있는 한 장면을 선별해 그 감정적 여운과 미학적 장치를 분석하고 현대적 맥락에서 사유해보는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가지고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독자와 함께 놀아보는 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잠시 「희극의 파편」 시리즈를 접어두고 번외 편으로 돌아왔습니다.
희곡의 대사 한 조각, 장면 하나를 붙잡고 들여다보는 「희극의 파편」 시리즈를 연재하며
저는 오래된 감정의 표면을 꾹꾹 눌러보고, 웃기면서도 아픈 무언가를 건져 올리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희곡을 읽고, 느끼고, 다시 분석하는 패턴의 방식은 어느 순간 정해진 틀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을 갖추는 건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스스로 갇히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중간중간 번외편을 연재하여 그런 불상사를 예방하고자 합니다.
‘희극’이라는 단어는 꼭 희곡이 아니라도 우리 삶 곳곳에 흩어져 있다고 믿습니다.
이 번외편은, 그 흩어진 희극을 줍는 작은 산책입니다.
가볍고, 조금은 즉흥적이며, 말보다 여운이 많고,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웃을 준비는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ㅎㅎ 그냥 바라보면 됩니다.
성주풀이
(출처: 얼씨구tv, 자코JaKo tv)
1.
낙영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번 가면
저기 저 모양 될 터이니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2.
저 건너 잔솔밭에
솔솔 기는 저 포수야
저 산비둘기 잡지 마라
저 비둘기는 나와 같이
임을 잃고 밤새도록
임을 찾아 헤맸노라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한 우물을 깊게 파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는 도저히 새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막막했던 겁니다. 그녀를 더 이상 찾을 방도가 없었습니다. 누구한테 이야기도 못합니다, 부끄러워서. 이웃들은 몰래 흉을 볼 것입니다.
새를 잡다가 정작 사랑하는 이를 놓쳤구먼, 쯧쯧.. 잡아야 할 새는 그 새가 아니었어, 이 양반아.. 아니 이 등신아
바람이 불더니 조금 춥기 시작합니다. 햇빛은 풀숲으로 드문드문 스며들 뿐이었고, 땀은 식기 마련입니다. 털썩 주저앉아 문득 새를 잡느라 평소 보지 못했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독할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오히려 노곤한 상태가 되어 잠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평소라면 이슬에 젖은 풀잎을 조금 뜯어내고 자리를 만들었겠지만, 지금만큼은 유난히 등이 서서히 눅눅해지는 이 느낌을 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서늘한 냉기가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나 어머니에게도 아닙니다. 평소 존경했던 은사님에게도 아닙니다. 하나님에게도 아닙니다. 부처님에게도 아닙니다. 아니다, 조금씩은 다 포함이 되어 있나? 그는 긴가민가했습니다.
배가 고파졌습니다. 밥을 먹고 싶진 않았습니다. 술을 마시고 싶진 않았습니다. 고기도 먹고 싶진 않았습니다. 국밥도 안 땡깁니다. 맛있는 걸 먹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맛없는 것도 별로지. 아니다, 그럼 다 먹고 싶은 건가. 민가긴가했습니다 그는.
에라 모르겠다, 잠이 들었습니다, 그는. 쿨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