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65
유키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유키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카미츠네 아카네 (神狐 茜)
제목: 조선의 여우.
“네가 꿈을 철저히 짓밟아서. 다시는 꾸지 못하게 할 거야. 그래서 내 곁에만 머무르게. 그럴 수밖에 없게 할 거야.”
아카네의 앞에 있는 정운은 손짓 한 번이면 숨이 끊어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껏 면회를 와서 하는 말이 죽여버릴 꺼라는 건가.”
“무슨 소리야. 죽이다니. 살려야지. 다신 내 곁을 떠나지 말란 소리야. 그러면 넌 살 수 있어.”
“사는 게 무슨 의미..”
아카네는 정운의 턱을 들어올렸다. 이 미모. 이 외모. 딱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이 얼마 담기지 않은 것처럼 보이자 그 부분이 너무나 화가 났다.
“내 곁에 있지. 왜 상하게 그래.”
처음 그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자신에게 접근했던 그였다. 조선의 독립군으로서.
“벌써 100년도 넘었는데, 조선이란 이름이 사라진지. 너희 임시정부도 참.”
이미 중화민국도 대한민국도, 여러 나라들의 임시정부도 자신들의 땅 없이 세계를 홀연이 도망쳤다.
일미 협정으로 인해, 곧 종전이 선언될 것이었다. 백 년이 넘는 전쟁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 끝나고, 곧 일본은 영국에 이어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완전히 돌아서게 되는 것이었다.
세계 강대국. 이탈리아, 독일, 일본, 그리고 러시아는 세계를 4등분하기로 했다. 마지막 저항군으로 있던 미국 마저도 동부를 더 이상 삼자 동맹국이 침범하지 않는 조건으로 휴전이후 종전을 선언하기로 했다.
오래전 백년 전쟁에서 패배한 섬나라 영국이었지만, 독일과 이탈리아의 동맹국인 일본은 승리했다.
그런 승전보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일본 국군과, 나치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의 파시즘처럼 미국을 선두로 자신의 영토를 잃은 망명정부 영국, 프랑스, 한국, 중국 등의 연합군이 있었다. 이들은 각자의 목표들을 함께 암살하기로 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이 때 아카네의 아버지, 카미츠네 요오네가 이 파티의 관리를 맡고 있었다. 아카네도 아버지를 도와 여러가지 일을 돕고 있었다.
세계 정상들이 조선총독부를 찾는 일이었다. 조선계 출신인 카마츠네가 총독이 되는 일은 멀고도 험한 일이었다.
창끼개명 당시 ‘카마츠네’라는 성씨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선의 입장에서 매국을 엄청나게 했고, 독립군을 잡는 혁혁한 공, 거기다 당시의 황태자의 아내가 된 카마츠네의 가문으로 인해 ‘여우신’이라는 카마츠네를 성씨로 사용할 수 있었다.
조선 여우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카마츠네는 그렇게 조선내 최고의 입지를 다지며 본토에서도 황후의 지원 아래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렇게 조선 본토 외 모든 섬을 아예 카마츠네의 고유 봉토로 하사 받았다. 그것에 더해 많은 카마츠네의 봉토를 수여받았고, 가문은 이를 관리하며 더욱 더 가문을 키웠다.
그러다 보니 천황의 황후는 거의 카마츠네의 가문에서 나오는 일이 많았다. 일본에서 구미호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는데, 조선의 구미호란 뜻을 가진 카마츠네는 일본과 조선을 이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지금의 가주인 카마츠네 요오네는 조선총독부의 수장이 되어 총독으로서 조선반도를 이끌고 있었다.
이번에 세계 정상 회의가 일본 본토가 아닌, 조선반도에서 열린 이유도 황후의 입김이 컸다.
카마츠네 아카네도, 언니가 없었다면 황후가 될 수 있었다. 가문은 언니가 황후가 되게 키워왔다.
“어렸을 땐, 그게 싫었지. 나도 황후가 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아카네의 그런 생각이 없어진 건, 그날이었다. 테러범들이 아버지를 방해할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아카네는 그저 외모가 괜찮아 시선을 계속 보던 정운이 총을 조립하던 것을 발견했다.
이를 바로 고발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그를 제압했다. 그 이전에 다른 부하들에게 다른 잠입자가 있는 지 찾게 하고, 미리 테러를 방지했다.
정운은 그렇게 아카네게 붙잡혔다.
“반란군인가?”
“반란군이 아닌, 혁명. 아니 독립군이다.”
정운은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총의 주요 부품인 방아쇠를 아카네에게 빼앗겼다. 다 됐는데,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데 그걸 빼앗겨 버렸다.
“카마츠네 아카네. 일본의 간신.”
“내 이름을 아네? 불공평한대. 네 이름은 뭐지?”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았던 정운이었지만, 함께 붙잡힌 독립군으로 인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정운은 다른 놈들과 다르게 잡혀 있었다. 아카네의 배려였지만, 정운은 이를 부끄러워했다. 그때 정운과의 첫 인연을 맺었던 아카네였다.
“네 이름을 알게 됐다. 정운이라고?”
정운은 놀란 채 아카네를 쳐다봤다. 자신의 동지가 고문을 당한 흔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생사가 궁금했다.
“어찌.”
“그냥, 조금 놀아줬던 모양이야. 네가 이렇게 있는 건 운 좋은 줄 알아. 나한테 걸렸으니까 망정이지. 사실 나한테 걸렸어도, 똑같을 텐데. 이 미모. 그냥 보고 넘길 순 없잖아. 순간으로 만족하기엔, 너무 내 스타일이야.”
정운만큼 빛나는 외모를 가진 아카네였다. 아카네와 이야기를 나누면, 정말로 그 가문의 이름 때문인지 여우에게 홀리는 느낌을 받았다.
“넌, 어째서.”
“뭘 어째서야. 솔직하게 다 말했잖아?”
아카네는 그렇게 정운을 길들였다. 자신의 말을 잘 들으면 동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고 꼬셨다. 정운은 그렇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아카네에게 협조했다.
그리고 아카네와 거리를 나서게 됐다. 이미 보이지 않는 수갑이라던지 금방 제압 가능한 채였다.
“뭐해 손잡아.”
“…”
정운은 아카네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길, 평범한 대학생처럼 꾸민 그녀는 아름다웠다. 아카네는 정운과 명동으로 향했다. 세계 제일의 관광객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정운에게 맞는 옷을 구매했다.
“이래야 아카네의 남자 답지.”
아카네는 그와 데이트를 하며 행복해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떡볶이를 먹고. 규동부터 해서 마라탕까지, 일본제국의 맛있는 음식을 그에게 먹였다.
그는 대부분의 음식을 처음 먹는 것 같았다. 잘 알지 못했지만 독립군 중 양지에서 행동하는 인물들은 간부급이고, 그 외엔 음지에서 단체로 생활한다고 했다.
“보니까 저는 실력이 좋았지만, 간부는 아니었다며?”
“…”
정운은 갑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자, 이제야 자신이 지금 왜 이런 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지들은.. 어찌 됐지.”
“동지라, 그들은 너에 대해서 다 불었는데, 너가 어떤 사람인지. 너는 아직도 그 사람들을 걱정하고 생각하는 거야? 앞으로 내 생각만 하도록.”
아카네가 정운의 입에 억지로 팥빙수를 집어넣었다. 정운은 강제로 집어넣어진 팥빙수를 먹었다.
동지들은 아직 배를 곯고 있을 텐데, 자신만 이렇게 호의호식하는 게 되는 걸까 싶었다.
“넌, 내꺼야.”
아카네는 그로 인해 황후에 대한 질투가 거의 사라졌다. 사실 황후가 됐어도 이런 남자를 첩으로 두는 건 가능했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황후의 후보가 아니었기에 아버지의 일을 도왔고, 그래서 이 자를 자신이 붙잡아 둘 수 있었다.
아니었으면, 이 자도 다른 간자들처럼 처형당했을 지 몰랐다. 이 놈을 꼬시기 위해서 그나마 이 놈을 알고 있는 놈들은 처형까진 당하지 않았지만,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운명이었다.
아카네와 정운이 팔짱을 끼며 경성의 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다. 반란/테러범들이 곧 처형된다는 소식이 거리의 화면, 거대한 뉴스로 선보였다.
사람들이 이를 갈며 ‘망할 놈의 테러범들’이라고 말했으나, 그들은 정운의 동료들이었다. 정운이 놀랐고, 아카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저게.”
“나한테 거짓말을 한거야?!”
정운은 당장 아카네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동료들을 구할 희망을 위해서 잠시 접었다. 아카네는 당시 정운이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에게 빠져서 당장 도망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망친다고 해도, 달아날 곳이 없기도 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정운은 아카네의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협박하고, 난리를 피우고, 동지들을 구출해내 달아났다.
“너!”
아카네는 그렇게 아버지 요오네에게 뺨을 맞았다.
“그런 놈이랑 어울려 다닐 때부터 알아봤다.”
비서들이 놀라서 두 사람을 쳐다봤다. 부녀갈등을 직접 목격하자 놀랐다. 특히 요오네는 황후의 후보인 첫째도 마찬가지였지만, 모든 딸들을 끔찍이 아끼며 사랑했다.
그런 그가 요오네의 뺨을 때리니까,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잡아 올게요.”
그렇게 아카네가 직접 다라난 정운을 쫓았다. 정운의 동지들이 다쳤기에 아카네는 이들이 쉽게 도망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이 달아날 곳에서 가장 유력한 곳에 미리 덫을 놓았고, 정운은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붙잡았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어?”
“…”
정운은 차라리 여기서 혀를 깨무는 게 맞을 까 싶었다. 그러기 전에 동지들의 생사가 궁금했다.
“어떻게 됐지?”
“네가 지키고 싶어 하던 동지들 말이야?”
아카네는 정운을 씹어먹고 싶을 만큼 짜증이 났지만, 그 이상으로 좋았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뭘까. 그런데 짝사랑이라니. 짜증이 났다.
“내가 엄청나게 잘해준 거 같은데, 도대체 왜 달아나려고 하는거야?”
“너는 일본인이지만, 나는 조선인이다. 이 땅도 조선의 것이었고, 우리 조선은 다시 떠오를 것이다. 아침의 나라의 아침은 다시 온다.”
“그런 말. 지난 백년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줄 알아? 기록서에서 김구 그 반동분자가 처형당하던 날. 그리고 안중근이 죽던 날,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이 위대한 일본제국의 식민으로 살 수 있는 게 어떤 행복인대.”
황후의 가문이었던 카미츠네 아카네였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1등 신민이라 불리는 일본 본토의 국민 이외의 일본제국은 지난 전쟁의 피해를 계속 받고 있었다.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진운은 슬픈 눈으로 아카네를 바라봤다. 자신의 조국처럼, 어느새 정운의 마음 속에도 그녀는 중요한 사람이었다.
붙잡히기 전, 만약 자신이 방아쇠가 있는 총을 당겼으면 아카네는 죽고 자신도 동지도 달아났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처음 아카네에게 당했던 건 분명히 방아쇠가 없어서 그랬지만, 지금의 일은 방아쇠가 있는 총을 당기지 못했다.
마음이 묶어 놓은 방아쇠, 그 사실을 아직 아카네는 알지 못했지만, 정운은 차라리 그게 나았다.
나라를 버리고, 짓밟고 그 위에 선 카미츠네의 여우년에게 마음을 뺴앗긴 걸 들킬바에야 그게 훨씬 나았다.
“나를 죽여.”
“아니 못죽이지. 넌 내껀데. 그동안과는 다를꺼야. 너를 존중했는데. 이젠 그냥 넌, 그냥 내꺼야. 니 의지. 그런 거 상관없어. 그냥 몸이라도. 가져야겠어.”
카마츠네 아카네, 스스로도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천황의 아내가 언니인데, 그 천황이 자신을 첩으로 노리고 있었다.
“이 빠가야로, 그러니까 엿 같은 상황 속에서 너만이 나의 구원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