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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펜과 기억증발

by madame jenny


“기억은 사라졌으나, 그 흔적은 남는다.”

< 쟈크 데리다>


기화펜으로 공부를 하다

문득 떠오른 데리다의 글귀.


퍽이나 회화스럽게 시각적인 문장이

주는 느낌이 좋아 한동안 나의 다이어리

앞 장에 적어두고 보고 생각하곤했다.


뭔가 아스라한 색감과 실루엣이 떠오르는

기분이랄까..


기억이 사라졌으나라는 과거형의 문구가

현재로 회귀시키고픈 의지로 느껴졌고

흔적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사라질 기억의 부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흔적 때론

무의식적으로 나를 과거로 보낸다.

지워지지않기를 바라는

흔적은 단순히 '남겨진 것'이 아니라,

존재가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 아닐까.


타인의 흔적,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말해지지 않은 것,

아니 못한 것, 떠나간 것, 오지 않은 것,

오지 않을 것에 의해 존재가

시간의 흐름안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다듬어지는

흔적.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의 기억

잊어버리고 싶지만 쉽게 떠나지않는

기억..


언어는 사라지고, 감정은 증발하겠지..

공기와 함께. ..때론 순간의 울컥하는

감정의 열기와. 함께..

슬픔도 행복함도 아픔도...


기화펜으로 적힌 문장이 열에 닿자마자

지워지는 것처럼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무언가를 남기지도 않은 듯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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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미는 부재의 흔적에서 태어난다.”

어쩌면

기억은 사라지되,

그 부재는 우리의 자아를 구성하는

가장 깊은 층에 흔적으로 남아있겠지.

그러다가 불현듯.. 떠올려질수도..

우리 모두에게 가슴에 하나정도는

있을

사라진 편지 한 장,

반복해 지워낸 이름,

끝내 전하지 못한 말.

억지로 지워내고 싶은 말..


때론

"~했었어"라는 과거형의 문구는

오히려

흔적들을 호출하는 감각의 언어다.

반어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고,

들리지 않는 울림을 붙잡고 싶을때

흔적을 꺼내본다,


그리고

다시 기억을 방출한다

기화펜vapor pen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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