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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거리는 순간에도 뿌리는 내린다.

by madame jenny


부쩍

새벽에 자주 꿈을 꾼다.

다시 잠들기도 하지만

다시 깊게 잠들기가 어렵다.

그럴 땐 새벽시간을 회피하지 않고

같이 있으려 한다.

낮에는 찌는 듯 더워도

새벽의 공기는 건조한듯하면서도

상쾌하다.

나무사이의 새벽공기는

후각이 더 활발히 자극되게 한다.


때론 차가운 바람과 함께

피부로 스치는 기분 좋은 통각이

머리를 식혀준다.

온통 샛녹색의 나무들도

이른 새벽의 어두운 빛에서는

색을 감춘다.

마치 보호색처럼..


게다가 조금 세찬 바람이 불 때면

색깔보다는 더 진하게 보이는 커다란 나무의

형태, 자유자재로 흔들거리는 가지와 나뭇잎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동작이 더 크게 나의 감각을 깨운다.

음악을 크게 틀고 나무에 기대어 그 진동과 움직임을 느끼고 보고 있으면

안정감이 든다.

.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있을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 나무를 더 나무답게 만들 거다.

뿌리는 흔들림의 진동폭이 커질수록

더 깊게 파고들고

더. 힘껏 버티겠지...

세상에 완전히 고요한 삶은 없겠지..

누구도 바람을 피할 수 없고,

누구도 흔들림 없이 자랄 수 없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흔들리는 그 순간에

본능적으로 뿌리를 내리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지고,

때론 나와 같이 흔들리는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며 조용히 위로받는다.

때론 누구와 함께가 아니어도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또 다른 나와 마주치며 인정하는 것도

스스로의 토닥임이다.


흔들림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징표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불안이 교차하는 순간,
나는 내면의 변곡점에 서 있다."

그 고요 속엔 텅 빈 공허가 아니라,
이제껏 외면해 온 나의 진짜 목소리가 숨어 있다.


세상의 소음이 멀어질수록,
나에게로 향하는 질문은 더욱 선명해진다.

"나는 나를 믿는다."
그 단순한 자기 암시는
흔들림을 멈추게 하진 않지만,
그 흔들림을 통과하는 나를 끝까지 지탱한다.

.

너무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허당기 많고

허점투성이고

맨날 넘어져서 이리저리

생긴 미운 상처자국도

내 몸의 일부분이다.


분리시킬 수 없음을 인정하면

완벽하지 않는 나를 믿는다면

조금 나아가기 위한

자기 암시는

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도

나와 동체다.


외로움을 나누어줄 수 없고

때론 감싸주고 싶기도 하지만

다 해결될 순 없지 않나..


때때로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은

고립이 아니라

연결에 대한 갈망일 거다

하지만 그 연결은 아무나 가 아니다.

우리

서로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


왜 연결이 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본능으로 아는 것.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지나치지 않는 것

그저 지긋이 나를 우리를

바라보고.

잔잔히 웃어줄 것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다 전달되고

느낄 수 있길 바란다는 것도

욕심이다..


잔잔히 그저 잔잔히

나를 그리고 또 다른 나를..

때론 조용히 흔들기도

꽉 잡아주기도 하는

그런 연결관계로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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