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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보면 마주하게 되는 것

by madame jenny


무척 더운 토요일,

매주 정해진 아이와의 일정이

휴가로 비어진 시간이 생겼다.

뭘 할까..

뭔가 여유의 시간이 생겨도 채워 넣어야,

움직여야 하는데 오늘은

그냥 비워보기로 했다.

소리도, 행동도..


사람이 없는 건 익숙한데,

소리가 없는 건... 낯설었다.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리고,

음악도 틀지 않고,

블라인드를 창문을 천천히 열었다.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거실 안으로

훅! 스며들고,

코 끝과 눈에도 따갑고

조금은 불편한 온도가 건조하고 매콤하기도 한 냄새가 섞였다.

조금 덥지만 그래도 아침이잖아??

자연스럽게

내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말들을 참아왔는지,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눌러두었는지

괜찮아.. 괜찮아..


혼자라는 건…

생각보다 더 묘하다


외롭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하고,

불안하지만

오히려 본능적으로

나를 돌보고 싶어진다.


방금 내린

커피를 내려놓고

손으로 감싸 쥐자

내 손 안의 따뜻함이

마치 내 마음을 감싸는 것 같았다.

공간의 무더움과는 다른 깊이의

온도.


‘괜찮아. 지금 너는 여기 있어.’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래 묵혀 있던 감정 하나가

천천히 올라온다.


그건 아마도...

본능적인'외로움’


크게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 외로움.

함께 있어달라고 말하진 않지만,

절대로 혼자 두지 말아 달라는 그 마음.

대상이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를

돌보라는 놓지 말라는 고백이다.


나는 그 외로움 옆에

그냥 가만히 앉았다.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혼자 있는 공간은

내 감정을 채근하지 않는다.

슬퍼해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어도 된다.


그 안에서는 내가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되니까.


사람들 사이에서는

항상 뭔가를 보여줘야 했지만,

여기서는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내가 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진짜로 편안해진다.


내 안에는

지금껏 외면했던 나,

말 걸지 못했던 나,

그리고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던

진짜 내가

거기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 존재를 만나는 게

처음엔 조금 두려웠지만,

알고 보니

그게 내가 찾고 있던

가장 단단한 위로였으며

오히려 나를 감싸주는 방한복이자

갑옷이었다.


혼자 있는 공간,

그건 비어 있는 곳이 아니라


를 더욱 심플하고

따뜻하게 채워주는 곳이다.


한 번 용기 내어 문을 열어

개방된 그곳은 이제 마치

나의 새로운 표정과 모습을

만들어줄 메이크업룸 같다.

여러 번.. 자주 갈수록 예뻐지고

다듬어질 테니까..


오늘도 나는

그곳에서 입꼬리를 쭈~욱 올리고

가장 환한 얼굴로

웃으며 나를 보고 웃는다

그리고

나와 이야기한다.

아주 솔직하게!

그리고 용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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