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밤산책..
공기의 온도가 바뀌자
어김없이
늘 다니던 산책길의
색감의 채도도
바뀌었다.
늘 생활하는 공간의 일부지만
내가 잠시 보지 못한
그 사이 내 기억과 달라진 모습..
삶도 그러하다
아차 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더 깊어지고 있었고
나의 시간과 같게 가는
공간이지만
나의 기억과 다른 모습으로 각자의 색을 찾는다..
오랫동안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살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질문은 나라는 한 공간에 어떤 사유의 깊이로 머물고 싶은가로
바뀌어왔다..
삶은 결심보다
때론 직관적인 감각에서 달라진다.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느냐,
무엇을 바라보느냐,
그리고 어떤 마음의 온도로 존재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감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
나라는 공간은
정해진 공식의
배치로 정형화할 수 없다.
때로는
흐르는 마음을 정형화된 이성의 질서로
가다듬어야 할 때도 있지만..
하얀 벽,
바람이 드는 창,
그 사이.
조용히 퍼지는 빛에도 다양한 명암과 색감의 채도가 바뀌듯
감정은 스스로 진화하듯 다양한 형태를 갖춘다.
외부의 기준으로 꾸며진 나라는 집은 쉽게 무너진다.
그러나 나의 리듬과 감각으로 채운 공간은
시간이 지나도 나를 지탱한다.
나는 이제 속도를 좇지 않는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결의 흐름이다.
멈춰 있는 순간에도 삶은 자란다.
때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가장 많은 것을 회복시킨다.
비움은 공허가 아니라 여백이다.
나라는 공간에 여백을 두는 것
새로운 관점이 성숙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억지로 채우지 않고,
흐름에 맡길 때
삶은 나를 향해 조용히 다가온다.
그 흐름은 부드럽고 느리다.
마치 물이 돌을 피해 흐르듯,
나는 나에게 맞는 속도로 흘러가고 싶다.
금성의 에너지처럼.
부드럽고 감각적이며,
따뜻한 조화를 품은 방향으로.
부딪히지 않고, 꾸미지 않으며,
나의 온도로 세상을 닮아가고 싶다.
마음의 공간을 가꾸는 일은 곧 나를 짓는 일이다.
나의 내면의 새로운 구조를 세우고
감정은 그 구조 속에서 머문다.
내가 나를 이해하기 노력하는 연습.. 을 하는 동안
세상도 조금 더 조용해졌다.
무언가를 바꾸기보다,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 먼저였다.
그 안에서 나는 작지만 분명한 확신을 얻었다
삶은 꼭 완성해야 할 정형화된
목표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나를 닮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오히려 그 과정이
나의 목표에 자연스럽게
닿게 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