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옥수수칩과 쌀과자를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한 가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딸은 손에 든 회오리 감자를 아빠에게 내민다.
아빠는 맛있게 한 입 먹는다.
뒤에서 그런 부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걷는
엄마도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장면일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가장 행복한 순간처럼 보였다.
회오리 감자, 사랑하는 가족, 함께 보내는 시간.
사람이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요소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행복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을 누리는 여정이다.
서은국 교수님은 책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에 대한 결론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The rest are details]
나머지 것들은 주석일 뿐이다.”
건강 문제로 7년 동안 외식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2023년에 처음으로 외식을 했다.
그때 갔던 식당을 잊지 못한다.
식사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늑한 공간에서
담백한 음식을 먹는 이 순간이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고
어쩌면 이게 행복의 전부이겠다’라고.
건강과 일상을 잃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누리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달았다.
지금의 나는 평범한 나날들 속에서
소소한 기쁨의 가치를
온전히 느낄 줄 아는 사람으로 변했다.
초심자의 마음으로 매 순간을 새롭게 바라보니
날마다 지복이었다.
마음이 미래에 가 있을 때 ‘나’라는 존재와
내 삶이 뿌옇게 보였다.
반대로 현재에 머물수록
자신과 인생뿐 아니라 세상과 타인도 선명해졌다.
행복을 위해 먼 길을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행복은 매 순간순간 속에 있다.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꿈꾸느라,
막상 지금의 행복에 잔뜩 취하지 못한다.
먼 훗날에 있을 행복을 더 이상 좇지 않기로 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행복하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맛보았다.
매일 아침 긍정 확언을 읽으면서 하루를 열었다.
오늘 나의 행복을 위해서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내 삶에 내재했던 행복을 제대로 보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이었구나”라고
생의 끝자락에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별일 없이 무사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이 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벌써 충만하다.
작년 생일에 남동생이 프랑스 요리를 사주었다.
밥을 먹고 난 후 카페에 가서
밤라떼와 소금빵을 먹으며 셋이 대화를 나눴다.
그 순간 확신했다.
‘나는 지금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장면 안에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