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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새별 Aug 09. 2022

인연(因緣)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 '아모스와 보리스'를 읽고

  인연(因緣)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관계를 맺었다는 의미로 '인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  관계 그 이상의, 보이지 않는 운명의 끈으로 연결된, 필연적이고 피할 수 없는 누군가와의 만남에 '인연인가 보다'라고 말하곤 한다.


  인연이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닌 것 같다. 동물 혹은 식물, 심지어 살아 있지 않은 것과도 우리는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인연은 사람이 아닌 동물들끼리도 가능하다. 여기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 '아모스와 보리스'에서도 그렇다.


  뭍에 사는 작은 생쥐와 바다에 사는 커다란 고래의 이야기다. 우정인 듯 사랑인 듯 명확히 구분 지을 수는 없지만 우정과 사랑 중간 어디쯤엔 그들의 인연이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크기부터 대비되는 두 주인공은 성격마저 반대였다. 그러나 달랐기에 존중했고, 경탄했다. 망망대해 오로지 둘만의 시간을 통해 마음을 나누었고, 상대에게 집중하는 그들만의 시간은 서로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믿음의 끈이 되었다


" 우린 영원히 친구가 될 수는 있지만, 함께 있을 순 없어. 너는 육지에서 살아야 하고, 나는 바다에서 살아야 하니까. 그래도, 난 절대로 널 잊지 않을 거야."
 - 아모스와 보리스 중에서

  그들의 인연은 참 아름다웠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었다. 과연 이런 인연이 실제로도 존재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난 인연을 믿는다. 인연이라는 말이 아니고서는 결혼 전까지 한 동네를 거의 벗어나 본 적 없던 내가, 그것도 외딴 남의 나라에서, 경상도에서 온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없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그와 살며 깨달은 인생의 교훈 한 가지는 인연으로 시작했더라도 그 인연을 이어가는 데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모스와 보리스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과 나눔의 시간을 지나 위기에 빠진 상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아끼지 않았던 그들. 마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서로에 대한 믿음의 깊이 또한 더욱 깊어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불교에서는 인연을 이렇게 정의 내린다고 한다. 인연이란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라고.

  즉, 우리가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나의 의지가 아닌 외부에 의한 간접적인 배경이 필요하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인연은 시작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나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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